E메일로 친구에게 편지를 쓰던 중,「고독함」을 절절히 전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문장력에는 한계가 있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살짝 빌려 볼까. 인터넷에서 인용문 사이트를 접속한다. 「고독」이라는 주제어를 입력하니 수십개의 주옥같은 문장들이 쏟아진다. 그중 하나. 『그는 고독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평화라고 부른다』(바이런) 멋지지만 마음에 쏙 드는 것은 아니다. 어디 그리스 로마시대의 고전작가는 무어라고 썼을까. 「고전」사이트로 가보니 문구 하나가 가슴을 친다. 『황폐한 인간으로서 나의 집은 고독. 나의 아이들은 고아다』(에우리피데스) 절묘하다. 복사해서 그대로 메일에 옮기면 끝. 친구가 에우리피데스를 읽어 보기나 했을까. 나의 표현에 까무러칠걸. 인터넷의 발달은 고전을 인용한 문장의 짜깁기마저 식은죽 먹기로 만들고 있다. 훌륭한 문장과 표현, 단어들을 쉽게 인용할 수 있는 「인용문」 사이트가 그 주역이다. 컬럼비아대학이 개설한 「친숙한 인용문」(www. columbia.edu/acis/bartleby/bartlett)은 인용문 사이트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고전부터 근대까지 4백여명에 달하는 저자들의 표현을 쉽게 검색해 볼 수 있다. 이 사이트는 자그마치 1백년 이상 지난 명저(名著)를 인터넷 사이트로 단장한 특이한 경우다. 고전학자인 바틀렛이 1870년경 발표한 문장백과사전을 인터넷으로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만든 것. 두꺼운 책을 일일이 뒤져보아야 했던 노력이 단 한번의 클릭으로 간편하게 해결된 것이다. 바틀렛이 오늘날 살아서 지켜본다면 무릎을 칠만한 일이다. 그리스 로마시대의 고전에서만 표현을 찾아주는 사이트도 있다. 「인터넷 고전 문헌보관소」(classics.mit.edu)가 그것. 이 사이트의 원래 목적은 4백여편에 달하는 고전명작을 영어로 번역해 소개하는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호머의 「일리아스」 등 명작들을 충실한 번역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볼 수도 있다. 초기화면에서 「찾기」를 택하면 검색어에 따라 주어진 표현을 찾게 된다. 찾은 문장에서 「텍스트」 표시를 클릭하면 문장 앞뒤를 중심으로 출전(出典)전체를 읽을 수 있다.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