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가지 사유로 이달내내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던 제184회 임시국회가 급기야 파행속에 막을 내렸다. 과거에도 큰 선거를 앞둔 국회는 여야간 「기(氣)싸움」 때문에 일그러지기 일쑤였기에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국회의 경우는 다르다. 연초부터 온나라를 뒤흔든 한보사건 金賢哲(김현철)씨문제 등으로 인해 이른바 「고비용 정치구조 개혁」 문제가 국가적 현안으로 대두돼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몇달전만 해도 여야는 국민의 시선을 의식, 너도 나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듯했으나 지금은 「언제 그랬느냐」는 식이다.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이 끝난 뒤 여야는 1주일여 동안 정치개혁 문제를 놓고 논의를 계속했으나 특위구성을 여야 동수로 할 것이냐, 의석비율로 할 것이냐는 샅바싸움만 계속했을 뿐이다. 게다가 경선이 끝나자마자 터져나온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 아들의 병역문제에 걸려 상황은 오히려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이번 국회를 유야무야 끝내면서 야권은 정치개혁을 위한 8월 국회소집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으나 여측은 요지부동이다. 여기에는 이대표 아들 병역문제 논란으로 인한 「감정」이 개입돼 있음은 물론이다. 이대표는 30일 『어렵게 임시국회 열어 놓으니 야당이 본회의를 공전시키고 있다』며 8월 임시국회소집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임시국회를 열어봤자 야당에 공세의 장(場)만 만들어 준다는 뜻이다. 이대표는 또 여야 대선후보 회담에 대해서도 『야당총재들을 만나봐야 뭘하겠느냐』며 일축했다. 정치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회소집과 여야 대선후보 회담 모두가 현재로서는 무망(無望)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시간이 지난다고 크게 분위기가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는 게 문제다. 병역문제나 정치개혁특위 구성문제 모두 연말 대선과 직결돼 있는 첨예한 쟁점이어서 여야 누구도 선뜻 양보하기 힘들다. 야권은 병역기피의혹을 대여(對與) 「비책」으로 여기고 공세를 더욱 강화해 나갈 태세다. 특위구성문제도 마찬가지다. 병역문제는 그렇다 치고 정치개혁 입법의 처리는 선관위의 준비기간 등을 감안할 때 8월중에는 마무리돼야 한다. 만약 8월을 넘기면 자칫 또다시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는 「고비용 대선」을 치러야 할 상황이다. 신한국당은 경선후유증 수습에, 야권은 후보단일화에 당력을 집중해야 하는 등 여야 각당이 처한 내부 사정도 문제다. 여야가 빗발치는 여론을 의식, 자세전환을 할 가능성 정도가 현재 걸어볼 수 있는 유일한 기대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