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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98학년도 논술 모의고사 문제]

입력 | 1997-08-04 20:34:00


◆ 1.다음 제시문에는 삶의 방식에 대한 서로 다른 두 가지 입장이 함께 드러나고 있다. 이 두 가지 입장은 현대를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도 끊임없이 부딪치는 문제이다. 이 가운데 한 가지를 골라 1500자 안팎으로 현대 사회의 맥락에서 정당화 하시오. 진(陳)나라의 영공(靈公)이 신하의 아내와 통정을 하고 그녀의 속옷을 입고 조정에 나아가 이를 모두에게 자랑해 보이자, 신하인 설야(泄冶)가 간언을 했다가 죽임을 당했다. 1백여년 후, 이 사건에 대하여 한 제자가 공자에게 질문하였다. “설야가 바른 말을 하여 죽임을 당한 것은 옛날 주왕(紂王)의 숙부로서 그의 폭정을 비판한 비간(比干)의 죽음과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를 인(仁)이라 칭하여 옳은 것인지요.” 그러자 공자는 대답하였다. “아니지. 비간(比干)과 주왕(紂王)과의 관계는 혈연이기도 하고, 또 관직으로는 소사(少師)의 자리에 있었지. 그러므로 자신의 몸을 버리면서까지 세찬 간언을 한 것은 자신이 죽은 후에라도 주왕이 후회하기를 기다렸던 때문이야. 이는 마땅히 인(仁)이라고 해야 하지. 그러나 설야는 영공과 혈육의 관계도 아니고, 또 지위도 일개의 대부(大夫)에 불과하지 않은가? 군주가 올바르지 않고 나라가 올바르지 않으면 깨끗하게 관직에서 물러나야 하는데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구구한 몸으로서 일국의 어지러움을 바르게 하려고 하다니. 이는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함부로 버린 게야. 인(仁)은커녕 한 소동에 불과한 것이라네.” 그 제자는 공자의 그 말을 듣고 납득하여 그 자리를 물러났으나,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제자 자로(子路)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물었다. “인(仁)·불인(不仁)은 둘째 치고, 어쨌든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일국의 문란함을 바르게 하고자 한 것에는 지(智)·부지(不智)를 넘어선 훌륭함이 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결과야 어떻든 생명을 헛되이 한 것이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요?” “그대는 그러한 소의(小義)속에 있는 훌륭함만을 볼 수 있고 그 이상의 것은 보지 못하는가? 옛 사대부는 나라에 질서가 있으면 충성을 다함으로써 이를 도왔으나, 나라에 도가 없으면 물러남으로써 이를 피하였다네. 자네는 아직 이러한 출처진퇴(出處進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군. 시경(詩經)에 백성에게 부정한 생각이 횡행하면 스스로 법령을 지키기가 어렵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네. 생각건대 설야의 경우에 해당이 되는 듯하구나.” “그러면….” 하고 자로가 상당히 오랜 시간 생각한 끝에 말했다. “결국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신의 안전을 꾀하는 것에 있습니까? 몸을 버려 의를 세우는 것에는 없습니까? 한 인간의 출처진퇴가 적합한지 부적합한지의 문제가 천하창생의 안위보다도 더 소중한 것일까요? 왜냐하면 지금의 설야가 만약 목전의 어지러운 윤리를 비난하며 지위에서 물러났다고 하면 그의 일신은 그것으로 좋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진(陳)나라의 백성에게 그것이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될까요? 그래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간언하여 죽는 쪽이 국민의 기풍에 주는 영향으로 말하면 훨씬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일신의 보전만이 소중하다고는 말하지 않겠네. 그렇다면 비간의 죽음을 인이라고 칭찬하지도 않지. 단지 도(道)를 위하여 버리는 생명도 그 버릴 때와 장소가 있는 법. 그것을 지혜롭게 헤아리는 데는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네. 서둘러 죽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거든.” ======================================== ◆ 2.다음의 제시문들을 읽고 두 글의 관점과 주장의 공통점을 500자 안팎으로 간추려 쓰시오. 〈A〉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여러 종족들은 각기 다른 생물학적, 문화적 성격을 갖고 있다. 어느 종족은 다른 종족에 비해 얼굴에 굴곡이 심하거나 피부색이 다르다. 또 어느 종족은 전쟁에서 승리하면 적군의 머리를 삶아 말린 후 목걸이를 하고 다닌다. 이들이 이렇게 다른 속성을 지니게 된 것은 두 가지의 과정에 의해서이다. 그 첫 번째는 생물학적인 과정으로서, 유전자에 새로운 변이가 생겨나고, 이것이 집단 내에 퍼짐으로써 집단의 생물학적인 성격이 생겨난다. 유전자 변이는 돌연변이에 의해서 생기기도 하고, 한 집단이 이주하여 다른 집단과 섞임으로써 생기기도 한다. 그렇지만 생겨난 모든 변이가 다 집단 안에 골고루 퍼지는 것은 아니다. 생겨난 변이가 그 종족의 재생산에 도움이 된다면, 그 변이는 자연에 의해 선택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도태된다. 곧 집단 내에서 특정한 유전적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재생산을 잘 한다면, 그러한 유전 정보가 「자연 선택」에 의해 퍼지는 것이다. 또 다른 과정은 인류학자들에게 친숙한 것으로서, 문화적 과정이다. 한 집단에 어떤 성격이 지배적인 이유는 새로운 행동 양식이나 새로운 믿음 등의 변이가 생겨나고, 이것이 학습되어 세대간에 전승되기 때문이다. 문화적 성격이 윗세대에서 아랫세대로 옮겨가는 방식은 생물학적인 유전과는 전혀 다르다. 생물학적인 진화가 유전적 변이의 재생산에 의해 생겨난다면, 문화적인 진화는 행동 양식이나 의식에 생긴 새로운 변이를 사람들이 얼마만큼 학습하고 반복적으로 흉내내는가의 정도에 따라 이루어진다. 어떤 문화적 변이는 도태되고 어떤 변이는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는데 이 과정을 「문화적 선택」이라고 부른다. 생물학적인 특성과 문화적 특성의 변화가 세대간에 전승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얼마만큼 유전자 변이가 재생산되는가에 달려 있고, 후자는 집단의 구성원들이 얼마만큼 그 변이를 반복하는가에 달려있다. 바로 이와 같은 뚜렷한 차이 때문에 대부분의 생물학자와 인류학자들은 두 현상을 전혀 관계없는 별개의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생물학자는 문화적 전승에 무관심했고 인류학자는 생물학적인 전승에 무심했던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생물학적인 특성과 문화적 특성이 상호 배타적이지 않고, 같이 진화한다는 공진화(共進化)이론이 등장했다. 무엇보다도 인간들이 문화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생물학적인 능력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인류 선조들의 유전자 변이들 가운데 학습과 경험을 통해 자신들의 생존 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났고, 이것이 자연에 의해 선택되었다. 그와 동시에 문화에 누적된 경험과 학습은 이러한 능력을 갖는 유전자 변이를 재생산하는 데 기여한 것이다. 즉 유전적 변이는 문화를 낳았고, 문화는 그러한 유전적 변이가 선택되는 데 도움을 준 것이다. 이러한 공진화에 의해서 문화를 설명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가령 어느 사회에 고려장과 같은 것을 정당화하는 문화가 있다면, 그러한 문화적 상징 체계가 그 집단 전체의 생존 가능성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또 우리에게 다른 사람보다는 자신의 가족을 더 사랑하는 문화가 있다면, 그러한 문화적 현상이 자신과 가까운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생존 가능성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결국 어느 집단이 갖고 있는 문화적 성격 때문에 그 집단의 재생산력이 높아진다면, 그 결과로 그 집단의 유전적 성격과 문화적 성격은 같이 진화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B〉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서로 다른 음식을 선호하는 습관은 상이한 자연 환경과 문화적 조건 속에서 핵심 영양분을 조달해야 하는 실질적 필요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얼핏 자의적으로 보이는 음식 습관에는 보통 영양학적, 생태학적, 경제적 요인이 내재해 있다. 자연 및 문화적 맥락에 따라서 음식에 대한 선호도는 달라지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서구인들은 곤충, 지렁이, 거미 같은 벌레들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으나, 많은 비서구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하나의 단순한 공식을 가지고도 지역에 따라 사람들이 어떤 동물들을 식용으로 선호하는지를 예상할 수 있다. 고려해야 하는 변수는 그 동물의 수, 서식지의 공간적 집중도, 그리고 몸집의 크기 등이다. 큰 동물들이 드문 자연 환경에서는 수적으로 더 풍부하고 집중적으로 서식하며 먹을 만한 크기의 작은 동물들을 좋은 먹거리로 여기게 된다. 실제로 아마존 밀림과 그밖의 적도 지방에서는 사람들이 벌레들을 많이 먹고 있다. 그곳에서는 벌레가 크고 떼로 몰려다니기 때문에 잡기 쉬운 반면, 원숭이를 제외하고는 사냥할 만한 큰 짐승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설명 방식은 흔히 서구인들이 벌레를 안 먹는 이유가 그것이 병을 옮기고 보기에 역겹기 때문이라는 통념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벌레는 끓이거나 굽기만 하면 다른 식용 동물과 마찬가지로 안전한 음식이 될 수 있다. 보기에 역겹다고 느끼는 것도 그것을 먹지 않는 사람들의 판단일 뿐이다. 바로 이와 같은 원리가 구약 성서와 코란에서 돼지고기를 금하는 것과 같은 금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돼지는 그늘이 필요하고 열사병에 걸리지 않도록 늘 몸을 적셔 주어야 한다. 그렇게 손이 많이 가는 돼지는 우유를 제공해 주지도 않고 쟁기나 수레를 끌지도 못하며 풀밭에서 번식하지도 못한다. 그러므로 덥고 건조한 중동 지방에서 이 동물은 소, 양, 염소 같은 되새김질 동물에 비해 투자 가치가 훨씬 적게 마련이고, 고기도 썩기 쉽다. 이러한 점에서 고대의 금기들에는 생태학적으로 합리적이었고,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있었으며, 영양학적으로도 안전한 음식을 권장하기 위한 집단의 지혜가 깃들여 있었다. 특정한 음식을 선호하거나 회피하는 것과 관련해, 이해하기 어렵고 자의적으로 보이는 문화적 결정 요인은 어떤 동물이 고기로서 갖는 가치와 중요한 산물의 생산이나 서비스로서 기여하는 가치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도의 소는 우유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쟁기를 끌고, 그 똥은 비료나 연료로 쓰이기 때문에, 도살해서 고기로 먹는 것보다 늙어 죽을 때까지 일을 시키는 편이 훨씬 이득이 된다. 그리고 그 소들은 죽은 다음에 고기로도 이용된다. 소의 주인은 최하층 계급을 불러 죽은 고기를 처분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식 습관의 차이는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자연 선택과 문화적 선택이 진행된 결과이다. 자연 선택은 신체 세포의 핵 속에 자리하고 있는 유전자에 포함된 유전 프로그램에 작용한다. 그러한 변화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결국에는 그 집단의 유전적 프로그램의 일부가 될 것이다. 자연 선택의 결과 우리 몸은 특별한 충동, 욕구, 본능, 인내력의 한계, 취약성, 성장과 쇠락의 패턴을 보유하게 된다. 우리의 문화는 이러한 본성적 요구와 잠재력을 만족시키거나 거기에 부응하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학습된 행동 및 사고의 조직화된 체계이다. 문화적 선택은 어떤 주어진 집단에서 개개인의 생물학적, 심리적 요구와 잠재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만족시키는 행동과 사고를 보존하고 전파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사회 생활의 과정을 통해 개개인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에는 끊임없는 변화가 일어나는데, 그 결과 나타나는 변이들이 과연 삶의 안녕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인지 계속 검증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중에서 다른 것보다 더욱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명된 변이는 집단 내에서 보존되어 계승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소멸되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