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수십명의 민간인이 한꺼번에 참혹하게 숨지는 알제리, 끊임없는 내전으로 7만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만명이 집을 떠나 유랑하는 아프가니스탄 스리랑카. 정쟁, 종교와 종족 갈등으로 분쟁의 피바람이 그칠 날이 없지만 선진국위주의 정치상황에 가려 세계사의 뒷전에 머물러 있는 나라들이다. ▼ 알제리 ▼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저항세력과 정부군과의 교전이 6년째 계속되면서 6만여명의 희생자를 냈다. 지난 1주일간 양측에서 2백여명이 피살됐다. 92년 이슬람구국전선(FIS)의 승리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군부가 총선을 무효화시키자 이슬람무장그룹(GIA)등 과격분자들은 군부의 지원을 받는 현 정권의 타도를 외치며 총을 들었다. 이들은 정부군뿐만 아니라 민간인 외국인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학살과 테러 약탈을 일삼고 있으며 정부군의 소탕작전도 무자비해 피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총선에서도 이슬람 정당의 참여를 원천봉쇄했다. 이때문에 정부는 선거후 유화책으로 FIS의 최고위급 지도자 2명을 석방했으나 반군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총선후에도 이미 5백50여명의 민간인이 학살됐다. 28%에 이르는 실업률과 30세 미만 인구중 3분의 2 이상이 일거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불만스런 현실도 반군의 반정부 활동을 부추기고 있다. ▼ 아프가니스탄 ▼ 지난 5월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탈레반이 수도 카불과 국토의 거의 대부분을 장악하면서 탈레반 기치아래 아프가니스탄이 통일되는 듯했으나 반군연합세력의 대대적인 반격으로 또다시 유혈사태가 재연되고 있다. 구소련의 침공으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사태는 정치적 적대세력과 종교적 반목으로 정부군과 반정부군의 입장이 수시로 바뀌면서 피의 보복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도 탈레반에 대해 지난해 9월 쫓겨난 랍바니 전대통령의 측근 마수드 장군을 중심으로 한 반군연합세력이 최근 수도 카불 외곽까지 진격, 전투를 벌이고 있으며 피란행렬이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까지 이어지고 있다. 92년 무자헤딘의 이슬람혁명이후 계속된 내전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선 7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 스리랑카 ▼ 인종분쟁지역이다. 다수파인 싱할리족이 정부와 군을 장악하고 있는데 대해 스리랑카 총인구(1천8백만명)의 18%를 차지하는 타밀족이 지난 83년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라는 게릴라조직을 만들어 분리독립을 추구하면서 피의 보복이 계속되고 있다. 14년간에 걸친 교전으로 양측 모두 4만8천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 필리핀의 민다나오섬 ▼ 필리핀 남부의 민다나오섬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모로족 반군의 분리주의 운동이 24년간 계속되고 있다. 경제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아온데다 기독교인구가 지속적으로 이 지역에 유입되자 소외감과 위기의식이 고조된 모로족들이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총을 들었다. 필리핀정부는 지난해 주요 반군단체인 모로민족해방전선(MNLF)과 평화협정을 체결했으나 MNLF에서 분리된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군은 지난달 이들의 캠프를 공격, 1백50여명의 반군을 사살했다. 〈조운경·고진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