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빛」 현란한 화면과 폭력, 성적 자극 없이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산소같은 드라마」를 꼽으라면 단연 「초원의 빛」(박수동 연출)이다. 70년대를 배경으로 역경에 처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한 편의 슬픈 동화처럼 보여주던 「초원의 빛」. 요즘엔 그 아이들이 성인이 돼 사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이 드라마는 주변에서 쉽게 만날 것 같은 평범하고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억지로 연출해낸 비정상적 가족관계나 극단적 성격은 찾아볼 수 없다. 몰락한 영섭(현석 분) 가족과 부자가 된 규남(임채무) 부부도 「착한 사람 대 나쁜 사람」의 도식적 구도에서 벗어나 있다. 차분한 내레이션은 절망이나 희망도 일상으로부터 멀리 있지 않음을 일깨워주며 매회 드라마를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화요일 방영분에서 병기(김규철)는 수진(유호정) 때문에 힘들어 하면서도 더욱 열심히 일해 규남을 흐뭇하게 한다. 날이 더워도 몇 푼 아끼느라 냉커피 한 잔 안 마시는 수진을 보다못한 영섭은 억지로 수진을 데리고 삼계탕집에 간다. 거기서 여자 친구와 삼계탕을 먹고 있는 수영(차광수)을 만나자 영섭과 수진은 속이 상하는데…. 초반 부진을 면치 못했던 이 드라마는 갈수록 시청자들의 눈길을 모아 지난 6월부터 줄곧 종합시청률 10위 안에 머물고 있다. 아침드라마로는 이례적 인기다. 자극적인 양념을 듬뿍 친 여느 드라마와 다른 「초원의 빛」의 선전(善戰)이야말로 신선한 충격이다.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