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후송 안간힘
대한항공 801편의 사고원인은 무엇일까. 2백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추락사고 원인이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 기체결함 ▼ 항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의문이다. 엔진이나 날개 등 항공기 부품이 갑자기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경우다. 대한항공측은 6일 브리핑에서 △태풍 티나의 상륙으로 아가냐 공항이 악천후였으며 △공항의 계기착륙시설 중 하나인 활공각시설이 고장났다는 점을 결정적 요인으로 주장했다. 일단 기체결함을 부인한 셈이다. 국내 모든 항공기는 1년에 한번씩 감항검사(안전비행 정밀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사고기에 대한 검사는 지난달 4∼7일 실시, 이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비행시간을 기준으로 받는 정기검사도 있다. 비행시간 3백50시간마다 육안으로 실시하는 「A점검」과 4천시간마다 기체 엔진 등을 정밀하게 살펴보는 「C점검」. 사고기는 C점검(지난해 12월17일)과 A점검(지난달 12일)에서도 모두 정상판정을 받았다. ▼ 공항시설 고장 ▼ 항공기 착륙을 도와주는 아가냐공항의 계기착륙시설(ILS)중 일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ILS는 항공기 착륙전 △활주로 중심선에 제대로 접근하도록 도와주는 방위각시설(LLZ) △적정 운항고도를 안내하는 활공각시설(글라이드 패스 또는 글라이드 슬로프)이 있다. 활공각시설이 고장나면 항공기는 활주로 접근에 필요한 적정 운항고도를 기내 계기판과 육안으로 확인해야 한다. 아가냐공항의 활공각시설은 사고직전 갑자기 고장난 것이 아니고 모든 국제공항은 항공시설에 이상이 있는 경우 등 비상사태시 사전에 이를 알려주고 있다. 아가냐공항은 활공각시설이 고장나 다음달 12일까지 수리받을 예정이라는 내용의 항공비행정보(NOTAM)를 지난달 17일 전세계 항공기구와 항공사에 알렸고 국내 항공사도 이 내용을 전달받았다. 사고당일 아시아나항공 262편이 대한항공 801편보다 20여분 늦게 아가냐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는 점은 활공각시설 고장이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아님을 말해준다. ▼ 악천후 ▼ 항공전문가들은 악천후가 항공기 안전운항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공항시설과 항공기가 모두 정상작동해도 기상악화로 이착륙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고기가 아가냐공항에 접근할 때 상공에는 구름이 많이 끼어 있었고 폭우가 쏟아졌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사고당시 확인가능한 시정(視程)거리가 1.6㎞였고 평소 정상운항에 필요한 최소 시정거리가 8백m인 점을 감안하면 이착륙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다. 결국 활공각시설 고장과 기상악화라는 어려운 조건에서 항공기를 운항하던 조종사가 고도를 착각했을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최종 결론은 블랙박스의 음성정보기록(VDR)과 비행정보기록(FDR)을 해독해야 밝혀질 전망이다. 〈송상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