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한항공(KAL) 801편 B747―300B기 추락참사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고당시 괌의 아가냐공항 관제기기가 작동하지 않았고 기상도 폭우가 쏟아지는 악천후였으나 다른 항공기의 이착륙은 정상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번 사고는 기장의 조종미숙이나 정비불량 등으로 인한 기체결함, 관제실수로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가능한 사고원인 ▼ 아가냐공항은 지난달 7일부터 항공기가 활주로에 안착할 수 있도록 고도와 위치 수평상태를 알려주는 장치인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가 다음달 12일까지 작동하지 않는다고 공시했다. 또 미 해군이 이 공항의 관제업무를 민간에 이양하면서 관제 레이더를 신형인 A/N FPN 63을 구형인 A/N CPN―4A로 교체해 악천후 때나 야간에 정밀착륙을 유도하는 기능이 이전에 비해 약화됐다. 전문가들은 기체결함이나 조종미숙 가능성에 가장 주목하고 있다. 지난 70년이후 국적기 사고 17건 중 테러와 납치 2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조종과실이 사고원인이었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6일 회수돼 미국으로 공수된 사고기 블랙박스의 음성정보기록(VDR)과 비행정보기록(FDR)을 분석해봐야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측 분석 백악관과 하와이의 태평양사령부는 『추락직전 기내 화재로 인해 위급상황이 발생했다』고 미연방항공국(FAA)이 작성한 보고서를 근거로 전했다. 아가냐공항의 한 당국자는 추락한 대한항공기의 엔진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사고 당시 비가 내리고 있었으나 기상이 사고 원인이라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하준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