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오프」(Face Off)는 올 여름 할리우드액션물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영화다.얼굴이 바뀐 두 주인공의 맞대결을 중심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드라마적인 요소까지 버무려낸다. FBI요원 숀(존 트래볼타)과 악질 테러리스트 캐스터(니컬러스 케이지). 숀은 자신을 암살하려다 아들을 살해한 범죄자 캐스터를 잡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곧 코마(혼수상태)에 빠진 캐스터. 문제는 캐스터가 설치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숀은 캐스터의 얼굴을 통째로 떼내 자신의 얼굴에 이식한뒤 감옥에 있는 캐스터의 동생을 만나 정보를 캐낸다. 그런데 캐스터가 의식을 회복하면서 상황은 돌변한다. 이번에는 숀의 얼굴을 이식받은 캐스터. 비밀작전에 연관된 FBI요원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숀 아처로 행세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모습을 한 채 감옥을 찾아온 캐스터를 대면한 숀. 영락없이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게 생겼다. 결국 탈옥을 감행한 숀은 캐스터와 목숨을 건 싸움을 시작하는데…. 원래 아이스하키 용어로 경기개시와 격돌상황을 뜻하는 제목에서 엿보이듯 해상보트 추격전과 공중 추격전 등은 폭력적인 긴장감이 잘 살아나는 대목이다. 끝부분에서 비둘기가 날아오르는 가운데 펼쳐지는 교회당 총격전 장면은 「첩혈쌍웅」을 연상시키는 재미도 준다. 특히 서로의 얼굴을 뒤바꾸는 수술장면은 전혀 비현실적인 일임에도 불구, 할리우드의 특수효과 기술 덕분에 기막힌 볼거리로 다가선다. 서로 얼굴이 뒤바뀐 부분의 연기시범을 보여주며 촬영에 임했다는 두 스타의 연기대결 또한 영화 전편에서 빛난다. 「콘에어」에 이어 선굵은 연기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한 니컬러스 케이지의 연기는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보다 두드러지는 이 영화의 강점은 할리우드의 선두주자로 우뚝 선 오우삼(51·영어명 존 우)감독의 저력이다.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으로 홍콩 느와르의 선두에 섰던 작달만한 동양인 감독 오우삼은 할리우드의 꺽다리 배우들에게 「주윤발식」 폭력미학을 성공적으로 대입시켜냈다. 느리게 뒹굴며 쌍권총을 쏴대는 두 남자주인공의 모습 등에서 엿보이는 이같은 장점은 개봉 첫주 미국 박스오피스 1위는 물론 계속되는 매진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모든 인간에게 내재된 선과 악의 이중성을 꺼내면서 정체성의 혼돈을 고민한 작품』이라는 오감독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조앤 앨런(숀의 부인역)의 탄탄한 연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인디펜던스 데이」는 물론 「콘에어」 「맨 인 블랙」 등 최근 할리우드 대작들의 밑바탕에서 은근하게 풍겨나던 「미국 우월주의」의 거슬림이 훨씬 누그러진 점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김경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