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과 교육계의 자정노력에도 불구하고 촌지수수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한 여교사의 「촌지기록부」 작성과 관련한 보도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생활기록부를 개조한 촌지기록부에 매년 촌지수수 내용을 상세히 기록해 왔다니 학교사회 일부의 촌지수수 행태는 아예 계획적이라는 느낌마저 준다. 더구나 학기초나 스승의날을 낀 5월에는 촌지총액이 3백만∼4백만원에 이르는가 하면 상당수 학부모들이 매월 또는 주기적으로 전달했다고도 한다. 촌지가 사교육비와 함께 가계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촌지수수는 자녀를 볼모로 한다는 점에서 그 어떤 부조리보다도 지탄받아야 한다. 선량한 학부모와 학생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스승으로서의 사명을 다하는 교직자의 명예와 사기를 송두리째 앗아간다. 나아가 교사 학부모 학생 사이를 단절시켜 교육풍토마저 황폐화하기에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교육자는 철저한 사명감을 갖고 교직을 수행해야 한다. 스승의 길은 고행의 길이요, 학생을 올바로 인도할 때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길이 아닌가. 교직사회가 앞장서 촌지수수교사들을 계도함으로써 더이상 교육자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부모 역시 자녀이기주의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내 자식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의식이 촌지수수를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을 반성하자. 자녀이기주의가 당장은 자녀에게 유익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자립정신을 해치는 등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해를 끼친다는게 교육계의 정설이다. 차라리 그 돈을 떳떳하게 학교기부금으로 내놓는다면 학교교육을 살찌울 수 있지 않겠는가. 교육당국도 이젠 실질적인 촌지근절대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교육계의 촌지추방운동이 실효 없이 겉돌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사실 그동안에도 촌지수수 행태만 바뀌었을 따름이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계속돼 왔다. 촌지에나 눈독을 들이는 교사는 어차피 교육자로서 사명을 다할 수 없게 마련이다. 특단의 대책이라도 마련해 촌지나 챙기는 교사가 더이상 교단에 설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지금만 해도 심각한 교직적체로 참신하고 의욕적인 신규교사들의 임용이 제한되고 있는 실정 아닌가. 나아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교원복지정책을 실천, 품위유지를 위한 경제적 보상 뿐만 아니라 존경의 대상이 되는 사회적 보상도 보장돼야 한다. 정형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