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가 한풀 꺾였는데도 나를 잠 못들게 하는 게 또 있다. 독도 걱정이다. 관심이 온통 대통령선거에 쏠려 어수선한 틈을 타 진행되고 있는 한일간의 영해분쟁과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 및 자위대함정파견법 개정 움직임 등이 마치 계획된 수순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일본이 취한 일련의 조치는 힘의 우위를 통한 자신감의 표출이며 막강한 해군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반면 일방적인 직선기선의 불인정과 납치어선의 석방을 주장하는 우리 정부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리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콸라룸푸르 외무장관회의에서 우리는 일본의 직선기선을 사실상 인정하고 말았다 한다. 일본은 이미 1천해리 해상교통로 방위를 기치로 내걸고 수차례에 걸친 방위력 증강계획을 착실히 실행에 옮겨왔다. 그 결과 일본과 우리의 해군력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 배수 t수를 기준으로 우리 해군력은 일본의 약 30%에 불과하다. 우선 전투함정을 보면 일본은 구축함 프리깃함 63척에 잠수함 18척인데 비해 우리는 각각 40척과 5척이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상은 더욱 한심하다. 일본은 대공 대미사일 동시처리능력을 갖춘 최첨단 이지스시스템 탑재 구축함을 보유하고 있어 순양함대 편성이 가능하며 이는 항모함대를 확보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까지 해석된다. 더구나 일본은 6천t급 이상 4척을 비롯해 3천t급 이상만 40척인데 비해 우리는 가장 큰 3천5백t급이 겨우 7척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소형함정이다. 그것도 일본의 대형함정들이 대개 80,90년대 건조된 최신예함인 반면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함정은 3천5백t급의 경우 모두 50년 전에 건조돼 미 해군으로부터 인수받은 고물이다. 실로 엄청난 전력 차이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지나치게 육군위주로 편성돼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이제는 간첩잡는 연안해군에서 벗어나 대양해군으로 나아가야 하며 일본의 해상자위대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 해군력 증강은 민족의 생존과 사활이 걸린 문제로 각군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좌절돼서는 안된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대국화하는 일본이 다시금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대양의 풍랑이 험해질수록 영해와 주권을 지키는 해군력의 증강은 시급하다. 지금 독도 동쪽에서 풍랑이 일고 있다. 독도가 언젠가 무력으로 점령당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이것이 내가 잠 못드는 이유다. 여인철(한국선급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