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개발지역에 있는 초중고교 상당수가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수원 성남 부천 안산 고양 군포 등지의 97개 초중고교가 65㏈(방음벽 설치 기준치)이상의 소음에 노출돼 있어 정상수업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같은 수치는 경기도내 전체 초중고교 1천2백81곳의 7.73%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아파트공사 현장에 인접한 수원 태장초등학교는 76㏈을 기록하는 등 28개교가 70㏈ 이상의 소음 속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학교에서는 교단에 선 교사가 목청을 높여도 뒷줄까지 강의 내용이 전달되지 않고 있는 형편. 이 때문에 교사들 사이에는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의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자조섞인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신개발지역 학교가 소음에 시달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개발주체가 학교부지를 환경이 열악한 도로변에 선정했기 때문. 경기도교육청 학교보건계 韓鳳錫(한봉석·52)계장은 『개발주체들이 학교부지를 정하는데 있어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개념을 외면, 아파트와 상가분양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맨 나중에 가장 가치가 떨어지는 땅을 학교부지로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택지개발 이후 도로를 신설하거나 확장할 때도 상대적으로 민원이 적게 발생하는 학교주변을 우선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 화성군 성산초등학교 등 7개 학교는 매일 5분에 한번꼴로 지나는 기차소음 때문에 수업이 자주 중단되고 일부 학생은 정서불안 증세까지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8일 건교부 경기도 토지공사 기초자치단체 등 도로건설주체에 대해 방음시설 설치를 요청했으나 이들 기관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환경정책기본법 소음진동규제법 등을 내세워 도로관리청에 방음벽 가로수 등 소음저감대책을 촉구했지만 1개 학교에 1억∼1억2천만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 이매중학교는 탄천변 2차선도로의 차량소음 때문에 하루종일 수업분위기가 산만하다. 2년전 5m 높이로 방음벽을 설치했지만 3∼5층 교실에는 차량소음이 그대로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목소리가 작은 여교사들이 마이크 사용을 건의하기도 했으나 교실사이의 벽이 방음재가 아닌 벽돌만으로 시공돼 옆교실의 수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수용되지 못했다.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신도시지역은 「신도시 설계지침」에 따라 도로변의 학교담을 1백20㎝ 이하로 설치하게 돼 있어 방음벽 기능은 물론 담 구실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분당 I중학교의 김모교사(32·여)는 『한학급에 학생 52∼54명이 북적거리고 차량소음과 운동장에서 떠드는 소리까지 뒤범벅되면 시장 한가운데서 수업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박종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