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프로농구의 출범과 성공에 자극받아 추진돼 왔던 남자배구의 프로화 작업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내년 프로리그 출범이 어렵게 돼 가고 있다. 삼성화재와 현대자동차써비스 LG화재 고려증권 대한항공 등 남자실업 5개팀 단장들은 지난 6월 회합을 갖고 프로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프로리그 출범을 위한 기본 방침을 정했으나 몇가지 문제가 생기면서 지지부진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 이들은 오관영 KBS 해설위원을 프로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팀당 5천만원의 기금을 갹출하는 등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해 내년 프로리그 출범이 눈앞에 다가온 듯했다. 그러나 「대한배구협회와 별도로 프로위원회가 창설돼 프로리그가 운영되면 해당 프로팀이나 선수들은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국제배구연맹(FIVB)의 규정이 걸림돌로 등장했다. 이 규정때문에 프로추진위원회가 대한배구협회의 산하 단체로 등록한 후 프로화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협회 관계자들과 프로화추진위원회간에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축구나 농구 등 타종목은 프로 선수들의 국제대회 참가가 허용돼 있으나 배구는 해당 국가 배구협회에 등록된 선수만이 국제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 따라서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의 배구리그도 세미프로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일에도 실업팀 관계자들과 배구협회의 박병래전무가 만나 프로화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지만 박전무가 프로추진위원회에 참가해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을 뿐 이렇다할 결론을 얻어내지 못했다. 뜻있는 배구인들은 『가계약 등 현행 스카우트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지속적인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프로화를 서둘러야 할 판인데도 협회가 느긋하게 실업팀 관계자들의 움직임만 지켜보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권순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