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회 사상 첫 4강 진출여부를 가릴 97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예선 2차리그가 15일부터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다. 총상금 1백50만달러를 걸고 아시아 지역을 돌며 1, 2차 예선리그를 벌인 뒤 다시 4강 본선을 벌이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1차리그 3전전승으로 본선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다. 지난주 수원에서 벌어진 1차예선에서 최강 쿠바와 네덜란드, 일본 등을 잇달아 제압해 러시아와 3승으로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국은 15일 미국전을 시작으로 러시아(16일), 네덜란드(17일)와 차례로 경기를 갖는다. 한국은 3경기에서 2승을 추가할 경우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이 대회 출전사상 처음으로 4강에 진출하는 영광을 안게 되며 1승2패에 그치더라도 세트득실에 따라 4강을 기대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이다. 2차예선에서 상대할 국가들은 모두 강팀이나 한국이 1차예선에서와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네덜란드와 미국은 무난히 이길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신장에서 5.5㎝나 큰 장신군단 네덜란드는 이미 지난 8일 1차예선에서 한국이 3대2로 승리했고 조직력과 수비가 약해 3전전패를 당함으로써 사실상 4강행이 좌절된 상태. 95년대회 우승팀 미국도 훈련부족으로 선수들간 손발을 맞추지 못한 탓에 10일 중국과의 경기에서 퍼펙트세트를 내주며 0대3으로 완패, 예년보다 전력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난 대회 3위팀 러시아는 힘과 세기를 갖춘 강력한 우승후보로 한국이 상대하기에 버거운 팀. 이에 따라 한국은 미국, 네덜란드를 희생양으로 본선에 진출하겠다는 작전아래 지난 11일 일찌감치 출국해 현지 적응훈련에 들어갔다. 한국은 3승의 주역이었던 세터 강혜미를 축으로 수비가 좋고 스윙이 빠른 레프트에 정선혜 정은선, 라이트에 김남순, 센터에 장소연과 박수정을 그대로 투입해 정확한 서브리시브에 이은 속공과 이동공격으로 승부를 걸 계획이다. 김형실 대표팀 감독은 『미국전이 고비가 될 것』이라며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다양한 서브공격으로 상대의 허약한 조직력을 무력화하는 게 관건』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권순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