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영화]「파라다이스…」개봉…전쟁만행 삼킨 女포로들 화음

입력 | 1997-08-15 08:07:00


「여자 포로수용소에서 일어난 일본군의 만행」. 영화 홍보 문구를 본 순간 온갖 끔찍한 폭력과 성폭행 등이 떠오른다. 쇼킹한 장면들로 한몫 챙기려는 영화계의 「쇼킹 증후군」에 젖은 탓일까. 그러나 「파라다이스 로드」는 이런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사랑 용기 인내 희망…. 이런 전통적 덕목들이 이 영화의 주제다. 그리고 포로들이 입으로 연주하는 「신세계 교향곡」의 감동…. 배경은 전운이 극에 달한 2차대전 말기 싱가포르. 일본군의 기습 공격 소식을 들은 연합군의 가족들은 고국으로 탈출하기 위해 배를 탄다. 그러나 일본 공군의 폭격으로 바다 가운데서 배가 침몰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수마트라섬의 포로수용소로 들어간다. 절망 속에서도 영국인 차농장주의 아내 아드리앤은 노처녀 선교사 드루몬드와 함께 포로들로 음성관현악단을 결성한다. 일부 포로들의 빈정거림과 일본군의 박해 속에서 꾸준히 연습한 이들은 어느날 수용소에서 첫 발표회를 갖는데….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일본의 야마시타 군대가 싱가포르를 삼킨 1942년2월15일. 주인공 여성들의 고난이 시작된다. 그로부터 반세기 뒤인 지난 93년. 호주출신의 여성 영화제작자 수 밀리켄은 낯선 사람들로부터 녹음테이프를 받는다. 그 테이프에는 2차대전 당시 포로수용소에 있었던 수녀의 증언과 포로들의 노래가 들어 있었다. 다소 밋밋한 것이 흠이지만 흔히 떠올리는 2차대전 소재의 영화와는 격을 달리한다. 「만행고발」을 넘어서는 인간의 자존(自尊)을 다룬 것이다. 아카데미 4개 부문상을 탔던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의 감독 브루스 베레스포드가 연출하고 연기파 배우 글렌 클로즈가 주연했다. 〈신연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