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천2백만통의 소포를 배달, 미국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미 최대 소포배달업체 UPS소속 18만5천명의 트럭운전사 노동조합 파업이 17일로 14일째 계속되고 있다. 최근 25년이래 최대규모인 이번 파업으로 지금까지 발생한 손실만 수억달러. UPS뿐 아니라 통신판매에 의존하는 컴퓨터 업체와 영세 중소상인들도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으나 막상 파업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예상보다 높은 지지를 보이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미국인들은 전통적으로 파업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낸다. 그러나 USA 투데이와 CNN의 공동여론조사 결과 55%가 파업을 지지하는 반면 회사에 대한 지지는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로 사흘째 밤샘협상을 전개하면서 파업장기화의 중요한 고비에 접어든 노사양측의 핵심 쟁점은 시간급 계약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문제. 노조에 가입한 60%가 시간급 계약직인 트럭운전사들은 경제 활황에 따라 회사에 향후 4년간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회사는 8백명 이상은 받아줄 수 없다고 버텨 파업이 시작됐다. 여론이 파업을 지지하는 이유는 유례없는 호황에도 불구, 미국 기업들이 경영의 과실을 노동자에게 배분하는데 인색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 미국 도매물가는 지난달에도 고작 0.2% 밖에 오르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이처럼 고성장과 저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은 기적과 같은 경제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기업이 임금인상을 억눌러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즉 근로자들에게 배분해야 할 몫을 재투자함으로써 회사를 성장시키고 그에 따라 일자리가 늘어나지만 소비는 크게 늘지 않음으로써 인플레를 예방해 왔다는 것이다. UPS의 파업은 끊임없이 근로자들에게 신분불안을 강요함으로써 임금인상을 자제토록 해온 기업들의 방법에 최초로 제동이 걸렸다는 의미라고 해석된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