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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71)

입력 | 1997-08-18 07:29:00


제8화 신바드의 모험〈124〉 주인의 분부에 따라 내가 나무 위로 올라가자 주인은 활과 화살을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나무 위에 그렇게 앉아 있도록 하라. 아침이 되면 코끼리 떼가 지나갈 테니 활을 쏘아라. 물론 맞히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한 마리 쯤은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쓰러지는 놈이 있으면 즉시 나에게 알려다오』 이렇게 말하고 난 주인은 가버렸습니다. 나는 겁에 질려 나뭇가지에 몸을 숨긴 채 떨고 있었습니다. 코끼리 떼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떨고 있으려니까 마침내 해가 뜨고 코끼리 무리가 나무 사이로 어슬렁어슬렁 기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코끼리 떼를 향하여 활을 쏘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쏘는 화살은 번번이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쉬지 않고 활을 쏘아댔습니다. 그렇게 무수히 화살을 쏘아대노라니 마침내 한 마리가 맞아 쓰러졌습니다. 저녁때가 되어 나는 주인에게 알렸습니다. 주인은 몹시 흡족해하며 사람들을 불러와 쓰러져 있는 코끼리를 운반했습니다. 이튿날도 그 이튿날도 나는 그 나무 위로 기어올라가 하루종일 활을 쏘아댔습니다. 그렇게 하여 잡은 코끼리는 저녁때 집으로 운반해가곤 했습니다. 주인은 내가 올리는 일의 성과에 몹시 흡족해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그날도 나는 예의 그 나무 위에 올라가 코끼리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고 있으려니까 뜻밖에도 저 멀리에서 무수히 많은 코끼리들이 한꺼번에 이쪽으로 밀려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나는 직감적으로 큰일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친듯이 달려오고 있는 코끼리들의 대오가 예사롭지가 않았기 때문입니다. 코끼리들은 성난 소리로 고함을 질러대며 내가 올라와 있는 나무 주위로 와글와글 몰려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저마다 미쳐 날뛰었습니다. 코끼리들이 내어지르는 고함소리로 정말이지 천지가 진동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무 위에 몸을 감추고 있던 나는 무서워서 와들와들 몸을 떨고 있었습니다. 코끼리들은 내가 올라와 있는 굵기가 오십척이나 되는 거목을 에워쌌습니다. 내가 도망갈 수 없도록 나무를 에워싸자 어마어마하게 덩치가 큰 코끼리 한 마리가 앞으로 나섰습니다. 그 거대한 코끼리는 코로 나무를 휘감는가 싶더니 그 거목을 뿌리째 뽑아버렸습니다. 나는 정신을 잃은 채 코끼리 떼의 한복판에 내던져졌습니다. 코끼리들은 한동안 나를 발로 걷어찼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때 완전히 정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아픈 줄도 몰랐습니다. 한동안 나를 걷어차던 코끼리들은 내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지 발길질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그 거상(巨象)이 코로 나의 몸을 감아들더니 어딘가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모든 코끼리들도 그의 뒤를 따랐습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나는 정신을 잃어버린 상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