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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엔 박찬호 뉴욕엔 「명성황후」…브로드웨이 데뷔 호평

입력 | 1997-08-18 07:29:00


『조선이여 무궁하라. 흥왕하여라…』 8.15 광복절의 밤, 우리가 만든 우리말 뮤지컬 「명성황후」의 고고한 소리가 뮤지컬의 본거리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처음으로 울려퍼졌다. 「한국 뮤지컬 게릴라」들의 첫 브로드웨이 입성. 15일 링컨센터 뉴욕스테이트시어터의 2천8백여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동양의 뮤지컬로서는 최초로 브로드웨이에 상륙한 이 작품에 브라보를 외치며 5분간 기립박수를 보냈다. 대관이 까다롭기로 이름난 링컨센터의 절반을 차지한 외국인 관객들은 동양의 진주 한국의 역사와 문화, 멋과 신비에 한껏 매료됐다. 명성황후 시해 1백주기였던 지난 95년 이 작품을 제작 연출한 이래 2년만에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윤호진씨(50·에이콤 대표)는 『드디어 우리가 해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1866년 미국에서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첫선을 보인 이래 1백31년만에 이곳에 상륙한 한국 뮤지컬의 새 역사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교포사회에서는 『LA다저스의 박찬호에 이어 뉴욕의 「명성황후」가 한국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있다』는 이야기꽃이 피었다. 개막 공연에서 미국 줄리아드 출신의 소프라노 김원정씨는 그 시절, 이미 개혁과 개방의 필요성을 역설할 만큼 비전을 갖춘 「정치인」 명성황후 역을 빼어난 「가창력과 한국의 혼」으로 소화해냈다. 25달러에서 60달러까지의 입장료를 낸 외국인 관객들은 신비로움에 가득찬 무당 진령군의 굿판, 대형컨테이너 두대에 실려온 경복궁 축조모형 등의 짜임새 있는 무대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에필로그에서 일본에 의해 무참히 시해된 명성황후가 부활하듯 떨쳐일어나 「조선이여 영원하라」를 부를 때는 객석 전체가 전율에 휩싸인 듯했다. 휠체어에 탄 채 공연을 지켜본 백남준씨는 『바그너의 그랜드오페라와 비견될만한 진지하고 수준높은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뮤직스쿨 성악교수 프레드 카라마는 『풍부한 클래식 선율과 한국음악의 조화, 팝발라드풍의 주인공들의 아리아와 군가같은 일본의 합창이 어우러진 음악이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격찬했다.공연은 25일까지 계속된다. 그러나 한국 뮤지컬의 브로드웨이 상륙은 「상처뿐인 영광」이 될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김영환후원회장(한영건설 대표) 등 다섯명의 집이 은행에 잡힌채 7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뉴욕〓김순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