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보를 「0」과 「1」 두 숫자의 조합으로 표현하는 디지털기술이 정보통신 시대의 핵심기술로 자리잡은 요즘 일본에선 아날로그 기술이 부활조짐을 보이고 있다. 1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일본에선 최근 반도체업체들을 중심으로 첨단 아날로그 신호처리기술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는 것. 소리 영상 등의 정보를 시간변화에 맞춰 그대로 전달하지만, 잡신호가 많이 섞이고 가공성이 크게 떨어져 디지털에 점차 밀리고 있던 아날로그 기술이 업체들의 관심을 다시 끈 것은 거의 10년만의 일이다. 일본 최대의 전자반도체회사인 일본전기(NEC)는 최근 아날로그기술의 연구인력을 현 30명선에서 2년뒤엔 60명선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또 신규사원 배정시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던 아날로그 기술부문에도 앞으로 매년 일정인원을 배치하기로 했다. 미쓰비시(三菱)전기도 미국에 세운 자회사를 통해 올해 말까지 아날로그 기술자 10명을 스카우트할 예정. 후지쓰(富士通)는 이미 지난 6월 아날로그 전임부서를 신설하고 소비전력을 아끼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아날로그 기술이 이처럼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디지털 처리영역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마지막 전달되는 정보까지 완전히 디지털화할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 때문. 더욱이 디지털화가 쉽지 않은 고주파 고해상도 기술영역에서 첨단의 아날로그 기술이 더욱 필요해진 것도 일본기업들의 아날로그 열풍을 부추기고 있다. LG종합기술원의 李炯秀(이형수)책임연구원은 『디지털 기술의 확대가 역설적으로 아날로그 기술의 첨단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품위TV와 DVD 등 대부분의 차세대 제품에 고난도의 아날로그기술이 필요한 만큼 관련 인력 및 기술확보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내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