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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이장희/경수로 착공계기 北변화 기대

입력 | 1997-08-19 07:52:00


분단 52년이 지난 오늘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남한과 식량난으로 아사직전에 놓인 북한 어린이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이제 남한 주도의 통일은 어쩔 수 없는 역사의 흐름으로 정착되고 있다. 따라서 통일과정의 평화적 관리가 새로운 남한의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동서독의 통일과정을 봐도 그렇다. 통일과정의 평화적 관리에 시동을 건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서독 브란트총리의 동방정책이다. 동방정책의 핵심철학은 「현실극복을 위한 현실인정」으로서 구체적 정책은 「무력 포기」와 「접촉을 통한 변화」를 통한 신뢰구축이다. 「무력 포기」의 핵심은 전쟁억지 전략이며 「접촉을 통한 변화」는 바로 민족화해 전략으로서 그 핵심은 교류협력이다. 남북한의 경우에도 이러한 평화적 통일관리 과정을 위한 원칙이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에서 천명되었다. 이 원칙은 올해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도 재확인되었다. 이와 같은 신뢰구축은 정치군사적 신뢰구축 및 점진적 군축과 경제 사회 문화 등에서의 자유로운 교류협력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동서독의 경우에는 다자간 협력 차원에서 1975년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의 1부(유럽안보)와 3부(인도적 협력)가, 그리고 민족 쌍방 차원에서 1972년의 동서독 기본조약이 각각 그 역할을 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관리의 관건은 다자간 협력 차원에서 4자회담의 성과와 쌍방 차원에서 남북 기본합의서의 실천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19일부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의 합의에 따라 함남 금호지구에 경수로 부지공사 착공식이 시작되면서 북한의 「접촉을 통한 변화」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사회 일각에는 「접촉을 통한 변화」를 시도하는 교류협력과 건전한 통일논의를 용공 친북으로 매도하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통일과정의 평화적 관리에서 이러한 냉전적인 시각은 북한의 교류협력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통일과정에서의 국민들의 자유로운 참여와 협조를 봉쇄시키고 남북한의 적대적 분위기를 조성할 우려가 있다. 현재 한반도에서 전쟁의 재발을 막고 북한을 개방과 개혁의 길로 질서있게 유도하는 것이 전국민의 절대적 여망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통일과정의 평화적 관리 과정에서 이러한 돌출적이고 극단적인 시각을 경계하는데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장희(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