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부에 근무하다가 최일선 자치행정을 담당하게 된 입장이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겪는 어려움을 실감나게 경험하고 있다. 이같은 어려움의 원인은 국가와 지방간의 법적 제도적 기능배분이 명확하지 않은데도 있지만 무엇보다 공무원의 경쟁력과 주민들의 자치의식이 부족한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지방공무원들의 경쟁력 측면을 보면 지방자치제 실시로 많은 행정영역에서 다양한 주민의 요구를 수렴해 효과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급속한 국제화 개방화에 따라 외국과의 직접적인 교섭업무도 수행해야 한다. 급변하는 행정환경에 대응하자면 우수한 인력이 지방공무원으로 충원돼야 하고 그들이 넓고 긴 안목에서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현재 지방공무원은 행정직렬 하나에 45% 가량의 인력이 모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순환보직을 하다 보면 전문성을 축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술직은 더욱 심각하다. 자치단체에서 기술직공무원의 기능과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들은 공직에 들어서면서부터 어느 한계 이상은 승진할 수 없다는 좌절감으로 의욕과 사기가 떨어져 고도의 전문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지방공무원의 경쟁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하나의 예로 공해문제와 같은 환경영역의 경우 지금까지와 달리 국가공무원만의 전권사항이 아니다. 앞으로 주변 국가와의 협력이나 정보교환 등 지방공무원이 나설 일이 많아지리라 예상되는데 이럴 경우 해당분야에 대한 전문지식과 외국어 구사능력은 국익과도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경쟁력 있는 지방공무원을 육성하려면 공무원 각자의 의식개혁과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충원 교육 인사 등 분야별로 경쟁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 주민의 자치의식 측면을 보면 「지방자치는 바로 내 일이고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라는 수준높은 참여의식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일선 단속업무나 단순반복민원 처리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특히 일부 주민들의 기초생활질서 위반행위에 따른 행정력 소진은 지방자치의 뿌리마저 흔들고 있다. 이를 해결하자면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규정을 보다 현실화하는 중앙정부 차원의 조치가 요구된다. 지방자치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단체장을 포함한 지방공무원과 주민들이 자기 역할을 다하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하는 「운용의 문제」다. 이인재(고양시 일산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