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고 섹시하게―」. 남성적 힘을 강조하는 매니시 스타일로 입되 여성의 성숙한 매력도 놓치긴 싫다. 이처럼 올가을엔 두가지 상반된 이미지의 옷들이 유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컬렉션에서는 파워슈트라고 불리는 어깨를 강조한 남성복 느낌의 바지정장을 비롯, 미니스커트에 뾰족한 힐과 트임이 깊이 들어간 스커트 등을 여성 추동복 트랜드로 제시하고 있다. 80년대에 유행했던 어깨에 각이 진 재킷이 다시 재현되고 있으나 그때와 달리 여성스러운 부드러움이 가미된 것이 특징. 국내 여성의류업체들이 선보인 옷들도 이런 흐름과 거리가 멀지 않다. 바지정장슈트가 많은데 예전보다 어깨에 각이 지고 재킷이 코트처럼 길어지는 등 남성적 분위기를 내고 있다. 재킷의 버튼은 원버튼 위주에서 탈피해 두개부터 네개까지 다양해졌다. 버클과 끈, 리본으로 앞을 여미는 형태도 많이 등장했다. 지난해 가을 이후 바지통이 좁아졌으나 올 가을부터 다소 넓어진 것이 특징. 주름이 없는 노턱스 팬츠가 유행했던 여름과 달리 앞주름을 잡은 바지도 나오고 있다. 그래도 헐렁헐렁한 통바지 스타일은 드물다. 베스띠벨리 기획팀장 박경원씨는 『매니시 스타일이라고 하지만 중성적 느낌을 강조하는 젠더리스 패션의 흐름이 주목되며 몸의 부드러운 곡선을 살리는 「피트 앤 슬림(Fit & Slim)」의 강세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숙함을 강조하기 위해 스커트나 원피스에 트임을 많이 활용하는 슬릿 스타일도 눈에 띈다. 스커트 길이를 보면 우아한 분위기의 무릎길이 치마가 강세지만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미니스커트도 되살아나고 있다. 치마 길이에 관계없이 대부분 트임이 들어가 섹시하고 활동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소재는 벨벳과 자카드를 비롯, 신축성있는 스판덱스와 폴리우레탄이 첨가된 스트레치소재가 여전히 인기다. LG패션 패션정보팀 전영미팀장은 하늘거리는 시폰위에 벨벳 무늬가 담긴 천처럼 복고풍의 고급스러움과 부드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서로 다른 느낌의 소재를 혼합해 활용하는 것도 올해의 추세라고 소개했다. 색상은 검정과 회색, 짙은 밤색이 강세지만 보라 자주 와인색 등도 유행색으로 부각되고 있다. 〈고미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