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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나의공간]숲인지… 바다인지… 자연色 물결

입력 | 1997-08-23 08:07:00


하늘 땅 해 바다 나무.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최미경씨(35)네 68평형 아파트에는 자연에서 이미지를 따온 원색의 물결이 일렁인다. 빨강 파랑 노랑 초록 올리브색상의 벽에서 편안하고도 발랄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밝고 깨끗한 원색이 좋아요. 지난해 여름 집을 수리하면서 자연을 상징하는 원색들로 집안을 꾸며보려던 오랜 계획을 실행에 옮긴 거죠』 거실은 벽지를 뜯어내고 황토느낌의 노란색 페인트를 칠했다. 침실벽에는 바다내음이 묻어날 듯한 짙은 청색 수채화 물감을 발랐다. 아이방 벽에는 초록색 페인트를 칠해 숲속에 들어선 것처럼 꾸몄다. 외국기업에 근무하는 스웨덴인 남편 호칸 보린(42)과 꼬박 이틀간 작업을 벌여야 했다. 탁트인 멋을 살리기 위해 가구를 줄이다보니 벽이 다소 밋밋하고 허전했다. 4B연필로 거실과 아이방 구석에 그리스신전 기둥과 소담스러운 나무를 그려넣고 아크릴 물감으로 색을 입혔다. 대학졸업후 부산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최씨는 86년 보린을 만나 열애끝에 결혼했다. 지금은 열살, 일곱살배기 두 아들의 엄마. 『91년까지 4년간 스웨덴에서 살면서 손수 집안을 장식하는 그곳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배웠어요. 자기 아이디어로 만들어낸 분위기가 소중하다는 것도 알게 됐죠』 부엌의 철제 식탁은 최씨가 자랑하는 아이템. 철공소에서 13만원을 주고 타원형으로 맞춘 철판을 장안평 골동품점에서 산 발재봉틀의 주물받침대로 괴어 근사한 식탁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말모양의 빨간색 러그는 남대문 시장의 중고카펫 가게에서 산 자투리 카펫에 직접 밑그림을 그려 잘라낸 뒤 감침질한 것. 「코르크 쟁반」도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생활 소품. 고급 음식점에서 포도주병의 코르크마개를 얻어다가 합판 위에 접착제로 붙였다. 뜨거운 그릇을 받치는 등 쓸모가 만점이다. 최씨는 스웨덴 체류시절 배우기 시작한 이탈리아요리 실력도 최근 「프로주부 최미경의 이탈리아요리(디자인하우스 간)」라는 책을 펴낼 만큼 프로급이다. 주방에 나무색의 내추럴 톤을 사용해 은은한 분위기가 살아나도록 정성스레 부엌을 꾸몄다. 〈박중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