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년 동안 우리 나라 기업인들은 하루도 쉴새없이 동서를 뛰어다니며 경제발전을 이룩하는데 큰몫을 했다. 신들린 사람처럼 시장확보에 전념을 다했고 또 어떤 일이건 겁없이 달려들어 사업을 일으켰다. 그렇게 성공한 기업인들에게 정부는 훈장을 달아주었고 국민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그 기업인들이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다. 돈을 빌려주어야 돈을 버는 금융계가 지금은 돈을 거두어들이고 있다. 돈을 빌려 건설한 생산시설들이 매물시장에 수없이 나와 있다. 대기업 하나가 도산하면 이 기업에 관련된 소기업은 한달을 지탱하지 못하고 쓰러져야 하는 것이 실정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정부가 외쳐온 「중소기업의 육성 지원」은 어디에 했다는 말인가. 미국 경제는 몇년째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어찌 기적을 이룩했다는 우리의 경제는 불황(不況) 속의 불황을 겪고 있는 것일까. 문제는 이런 현실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겠다는데 있다. 국민은 정부를, 정부는 기업을, 기업은 정치인을 손가락질하는데 사실 정치인은 정치를 위한 경제에 관심이 더 있지 않은가. 대통령이 경쟁력 10% 높이기 운동을 펼칠 만큼 우리는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했다. 그러나 다행히 온 나라에 인플레적인 생활문화가 형성되면서 내수시장이 엄청나게 신장했다. 번호판을 단 자동차가 1천만대가 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수출에서 벌어야 할 외화는 줄고 내수에 필요한 제품의 수입은 늘었다. 그러니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가 온전할 수 없다는 것은 초등학교 어린이라도 알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경제발전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듯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는 부조리와 병폐가 뿌리깊게 자리잡았다. 신임과 신용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 모든 일에 우리는 「안전할까」 「믿어도 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생활해야만 한다. 물론 「이래도 괜찮은가」 하는 국민의 정서는 뚜렷하지만 누구도 이 병폐를 치유해보려고 나서지는 않고 있다. 결국 우리가 이런 처지에 있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그 책임이 있는 셈이다. 한사람 한사람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 생활을 해보자.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들만 자구책을 찾을 일이 아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알뜰한 자기 생활을 찾아나서야 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 나라가 어느날 다시 한번 남들이 부러워할 알뜰한 나라가 되어 있을 것이다. 온국민이 이룩한…. 김영철(진도그룹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