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하철 일산선 화정역에 이르기 직전 한창 익어가는 배밭을 볼 수 있다. 봄에는 하얀 배꽃이, 여름에는 녹색 잎사귀가 온 산과 들을 뒤덮는 곳. 옛날 이 일대가 모두 배밭이었던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이제는 아파트가 곳곳에 들어서 있다. 택지개발 이전 국사봉과 성라산 자락에 자리잡은 화정동은 골머리(화정1리) 찬우물(화정2리) 뱅골(화정3리) 등 3개의 자연부락으로 돼 있었다. 골머리는 꽃물(花水)이 변한 이름. 봄이면 배꽃뿐만 아니라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실개천을 따라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무릉도원을 연상케 했다고 한다. 찬우물(冷井)은 마시면 잎안이 얼얼해질 정도의 찬물이 솟아나는 우물이 있던 곳. 뱅골은 백양골의 준말로 이곳에는 백양나무가 많았다. 화수와 냉정에서 한자씩을 따서 화정리라고 일컬었다. 이곳은 10년 전 TV드라마 왕룽일가의 촬영무대가 되기도 했다. 당시 드라마에 나왔던 까치상회나 마당 넓은 기와집은 모두 사라졌다. 그러나 이제는 마을의 옛 이름이 거의 사라져 화수초등교 백양초등교 등에만 남아있다. 화정역 출구에는 마을의 유래를 새긴 동판이 외롭게 서 있다. 지금은 자연부락 이름 대신에 은빛마을 달빛마을 별빛마을 옥빛마을 등의 새로운 이름을 붙인 4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택지개발 이전 1천여명이 살던 이곳에 이제는 무려 8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고양〓선대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