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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인성교육현장/인류애]『기쁨도 슬픔도 함께』

입력 | 1997-08-25 08:04:00


일본 동경 근교의 우타세(打瀨) 중학교 2학년생인 미야하라 아키나(宮原明菜·14)는 얼마전 고베에 사는 친구 사카모토 나오코(坂本直子·14)에게 편지를 썼다. 미야하라는 편지에서 요즘 자신이 클라리넷에 부쩍 재미를 붙였다는 것과 클라리넷 지도 선생님에 대한 얘기 등을 전하고 얼마전 홍수로 집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돕는 방법이 없을까 물었다. 미야하라와 사카모토는 아직 얼굴 한번 본 적이 없지만 다른 누구보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다. 지난 95년1월 고베대지진이 두 학생을 친구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미야하라는 학교에서 벌인 구호품 보내기운동에 적극 동참, 집에서 쓰던 옷가지며 학용품 등을 몇차례 보냈다. 또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얼굴 모르는 친구에게」라는 편지를 띄워 하루빨리 어려움을 극복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기원했는데 이 편지를 받은 친구가 바로 사카모토였다. 그뒤 둘은 자주 편지를 주고 받으며 시시콜콜한 주변 이야기에서부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 대한 걱정을 함께 나눴다. 지난해 연말에는 『각자 가족과 함께 고아원을 방문해보자』는 약속을 했고 부모와 함께 집근처 고아원을 찾아 「동생」들과 놀아주었다. 미야하라는 최근 신문 방송에서 먹을 것이 없어 뼈만 앙상하게 남은 북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파 북한 어린이를 도울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의할 생각이란다. 우타세중학교에는 미야하라 처럼 고베대지진을 계기로 고베 학생과 펜팔친구가 된 학생이 많다. 이 학교 사이토 기요시 교감은 『우리 학교의 교육목표가 바로 휴머니즘 함양』이라며 『특히 「일본인은 국수주의자」라는 지적을 바로 잡고 학생들에게 인류애를 가르쳐주기 위해 일본에 유학온 외국학생을 초청해 강의를 듣거나 외국이 큰 재난을 당했을 때는 학교에서 구호물품을 모아 적십자사에 전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영국계 국제학교인 가든 인터내셔널중학교(GIS)의 「월드 페스티벌」은 연중 가장 큰 학교행사다. 이날은 영국 호주 싱가포르 등 30여개국 출신 학생들이 자기 나라 민속의상을 입고 학교에 간다.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민속춤도 추고 전통악기를 연주하기도 하는 이날 행사에서 하이라이트는 「세계평화 기원행사」. 각국 대표학생들이 무대위로 올라가 촛불을 켜고 각자의 조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평화를 기원한다. 이 시간에는 교사 학부모 학생 등 모든 참석자가 숙연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린다. 영국 출신의 안젤리아 벨(18)은 『워낙 많은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니 누가 어느 나라 출신인지를 구분하는 일이 오히려 귀찮게 느껴진다』면서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이 곧 같은 반 친구의 아픔으로 연결될 정도여서 곧 나의 어려움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스쿨(JIS)은 각국 학생들의 독특한 생활방식을 존중하는 동시에 다른 나라 학생끼리의 협력을 통한 자아발전을 교육의 중점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월드뮤직과 댄스 연극은 필수과목으로 돼있다. 2학년인 다니엘 하트(14)는 『세계 각국의 전통음악이나 춤 등을 우리 스스로 선정해 함께 연습하고 공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계는 하나, 인류는 하나」라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도쿄·콸라룸푸르·자카르타〓윤종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