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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월드컵 준비]개최도시-경기장 아직도 『안개속』

입력 | 1997-09-01 08:10:00


오는 2002년 6월 전세계 수십억 축구팬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에서 월드컵 축구대회 개막식과 개막전이 열린다. 그러나 이 역사적인 「지구촌 스포츠 축제」를 불과 4년10개월여 앞둔 현 시점에서 준비상황을 보면 월드컵 대회가 제대로 치러질지 의문이라는 지적과 우려가 적지 않다. 공동개최국인 일본은 이미 개최도시를 확정하고 도시마다 경기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개최도시 확정도 못한 상태다. 경기장 문제를 살펴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서울에 전용구장을 짓는 문제를 놓고 최근까지 서울시와 축구협회가 티격태격하다 전용구장을 짓기로 합의한 것이 겨우 엊그제다. 그것도 서울시는 『정부가 재원의 상당부분을 부담해야만 전용경기장을 지을 수 있다』는 자세다. 재원에 대한 정부 지원이 여의치 않을 경우 짓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경기장 관리주체가 확정되지 않아 앞으로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당초 잠실운동장을 개보수해 2002년 월드컵 주경기장으로 사용하고 뚝섬 돔구장을 보조경기장으로 쓸 방침이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잠실운동장 개보수 방법을 연구하는 한편 뚝섬돔경기장 부지 3만여평을 지난3월 LG그룹에 매각했다. 이같은 서울시의 구상은 지난 5월부터 빗나가기 시작했다. 서울시의 축구전용구장 건설을 철석같이 믿고 있던 이동찬(李東燦)월드컵조직위원장과 정몽준(鄭夢準)축구협회회장은 조순(趙淳)서울시장을 방문, 전용경기장 건립을 공식 요청했으나 기대하지 않던 대답을 듣고 깜짝 놀랐다. 조시장이 『잠실과 뚝섬경기장으로 충분히 월드컵을 치러낼 수 있으며 전용경기장이 필요하다면 정부에서 전액부담해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 뒤 서울시와 조직위는 숱한 마찰을 빚었고 우여곡절 끝에 전용구장 건립에 합의했다. 이같은 합의에 따라 서울시는 마곡지구 상암지구 등 5,6곳의 후보지를 대상으로 전용구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그러나 부지가 선정돼도 재원부담 비율문제로 또 시간을 끌 전망이다. 3천억∼4천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건립비용을 놓고 타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월드컵이 국가적인 행사인 만큼 서울시는 건립비용중 「50%+α」를 정부 등에서 분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부에서 보조금 30%를 내고 나머지 20%는 조직위원회에서 부담한다는 안이 협상과정에서 비공식적으로 타진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불투명한 상황이다. 월드컵 대회가 끝난 뒤 누가 전용구장 관리를 맡느냐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서울시는 관리를 맡지 못하겠다는 자세다. 현재 관리를 맡고 있는 잠실 목동 동대문경기장중 흑자를 내는 곳이 잠실야구장과 수영장뿐인데 적자가 뻔한 전용경기장 관리를 또 맡기는 싫다는 것. 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넘어야 할 산은 많기만 한 2002년 월드컵 대회를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양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