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주요당직자 중 평소 과묵한 편인 박범진(朴範珍)총재비서실장이 모처럼 「총대」를 멨다. 이회창(李會昌)대표의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의 추석전 석방 건의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뜻을 전면에 나서 전파하는 역할을 맡은 것. 1일 밤 조홍래(趙洪來)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김대통령의 의중과 달리 두 전직대통령의 추석전 석방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데 이를 시정해달라』는 급한 연락을 받은 박실장은 이때부터 언론사 등 여러 곳에 김대통령의 뜻을 알리느라 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했다. 그는 이어 2일 오전 당직자간담회에서 김대통령의 뜻을 당쪽에 공식전달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강한 어조로 이대표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특별법까지 제정해 어렵게 두 전직대통령을 사법처리한 것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고 있다』며 『김대통령의 의중은 이같은 사안을 「표」만 고려해 쉽게 처리하려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또 『이같이 중요한 사안을 당내에서 공론화도 거치지 않은 것은 역사인식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라는 것이 김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박실장은 비록 김대통령의 직계는 아니지만 매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고 김대통령과 가끔씩 독대를 하는 등 김대통령의 의중을 비교적 정확하게 알고 있는 당내 인사 중 한명이다. 그리고 당 총재와 대표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입장에 서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이번 사안에서는 확실하게 총재의 편에 섰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