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람에서 가을냄새가 묻어나기 시작한다. 거실 소파에 기대어 조지 윈스턴의 피아노 연주 같은 음악에 젖어들 때 오도카니 구석에 선 플로어램프의 은은한 불빛이 한결 운치를 더해준다. 가을을 맞아 집안을 꾸며보고 싶을 때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조명. 조명전문업체인 리토라이트의 김명수과장은 『플로어램프나 벽등(브래킷) 같은 조명소품 하나만 잘 고르면 벽지를 바꾸거나 바닥재를 바꾸는 것 이상의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조명등의 재질로는 유리와 섬유가 일반적. 요즘에는 폴리카보네이트(종이비닐)나 빛을 투과하는 스페인산 대리석인 알라바스타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폴리카보네이트 제품은 가격이 싸고 디자인이 심플한데다 청소도 편리해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가을 분위기를 살리는 데는 갈색 계통의 전등갓이 어울린다. 밤색 아이보리색 베이지색의 갓이 달린 조명을 쓰면 부드러운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찬 기운을 느끼게 하는 흰색 청색 검은색 계통의 전등갓은 피하도록 한다. 전구는 형광등보다 자연광에 가깝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백열등이 좋다. 조도조절기(디머)가 설치된 백열등은 밝기를 조절해 원하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탁상등이나 플로어램프의 기둥도 싸늘한 느낌의 은색 철제보다 나무재료가 사용된 것을 선택하면 아늑한 느낌이 한결 살아난다. 거실의 구석이나 침실 한쪽에 플로어램프를 설치해 천장등 대신 켜놓으면 절로 운치가 우러난다. 플로어램프를 안락의자나 소파의 뒤쪽에 놓아 독서를 위한 스탠드를 대신하거나 그림 조각의 옆에 설치해 전시장 같은 느낌을 살려 볼 수도 있다. 아파트 거실의 비상등 자리에 벽등을 설치하면 전기배선공사를 따로 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한밤중에 켜놓은 벽등 하나로 집안 전체의 품위를 높일 수 있다. 침실 침대 옆에 머리보다 조금 높게 벽등을 달면 독서를 위한 조명으로도 좋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도 제격이다. 조명기구를 고를 때에는 전등갓이 빛을 고르게 투과해 불빛이 은은히 퍼져나오는지 살펴야 한다. 전등불을 켠 채로 갓의 바깥에서 봤을 때 전구가 비쳐보이거나 불빛에 얼룩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 또 조명기구의 디자인이나 색상이 예쁘다고 벽지 커튼 가구와의 조화를 생각지 않고 구입했다간 낭패보기 십상. 선택 전에 설치할 장소나 공간의 넓이도 고려해야 한다. 가격은 재질의 차이, 국산품이냐 수입품이냐 등에 따라 천차만별. 테이블램프는 국산이 5만∼30만원, 수입품이 10만∼70만원, 플로어램프는 국산이 10만∼1백만원, 수입품은 70만∼2백만원 정도. 서울 용산의 전자랜드와 청계천 조명상가에서는 국산조명기기를, 논현동 주변의 조명전문점들에서는 수입조명기기를 비교해 골라 볼 수 있다. 〈박중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