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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정성희/신의 품에 고이 잠드소서

입력 | 1997-09-07 09:11:00


「침묵의 열매는 기도. 기도의 열매는 믿음. 믿음의 열매는 사랑. 사랑의 열매는 봉사. 봉사의 열매는 평화」. 5일 별세한 「빈민굴의 성녀」 테레사수녀의 삶을 이보다 잘 설명하는말이있을까. 테레사수녀의 죽음은 다이애나 전영국왕세자비의 죽음과는 또다른 의미에서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테레사수녀는 너무나 사랑하던 「빈자」들을 떠나 그토록 따르던 신의 품에 안겼다. 「성녀(聖女)」의 최후라고 하기엔 너무나 담박하고 깨끗한 임종이었다. 테레사수녀의 생애는 문자 그대로 희생과 봉사의 한평생이었다. 테레사수녀는 그가 수녀원에 들어갈 때 어머니가 『너의 손을 예수의 손에 얹고 예수를 따라가라』고 했던 말을 평생 가슴에 간직하고 살았다. 세계는 테레사수녀가 인도 빈민굴에서 행했던 봉사활동에 노벨평화상으로 응답했고 그가 세웠던 사랑의 선교회는 전세계적인 조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사랑의 선교회 출발이 지금처럼 눈부셨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를 알고 지내던 수녀들은 『그가 극히 평범했다』고 회고한다. 특별할 것 없는 한 수녀가 돌연 혈혈단신 캘커타의 빈민굴에 들어가 숱한 시련을 이겨내고 「캘커타의 기적」을 이뤄낸 것이다. 그가 평범하지 않았던 것은 단 하나, 누구나 말로만 외치는 진정하고 고결한 사랑을 평생 실천했다는 점이다. 그에게는 다이애나와 같은 화려함도, 주변의 관심도 없었다. 오로지 버림받은 자에 대한 일관된 사랑이 있을 뿐이었다. 매일 다툼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세계이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성녀의 삶을 잊지 않았다. 그가 보여준 희생적인 삶은 온 세계를 밝게 비추었고 지구촌 모두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를 가르쳐주었으며 허전한 마음속에 훈훈함을 안겨주었다. 키 1m50의 단신에 주름 투성이의 얼굴, 이마저 빠져버린 테레사수녀는 팔등신 미녀 다이애나를 제치고 가장 복제하고 싶은 인물의 반열에 올랐는지도 모른다. 정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