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계파와 정파를 다 떠나서 국민회의와 통추 자민련 민주당 할 것 없이 모든 정파에서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대통합의 정치를 열겠다』 신한국당의 이회창(李會昌)대표가 지난달 28일 천안연수원 특강에서 던진 이른바 「대통합정치론」의 골자다. 언뜻 구름잡는 얘기같은 이대표의 이 발언이 정가의 관심사가 된 것은 얘기의 내용보다 당시 이대표가 처한 상황 때문이었다. 이대표는 병역문제로 인한 지지율하락의 장기화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었고 이 때문에 이대표 측근들 사이에서는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와의 극적인 연대 외에는 돌파카드가 없다는 얘기도 나왔었다. 실제로 이대표측에서 김총재의 측근과 은밀히 만나 가능성을 타진하는 사람도 있었다. 따라서 이대표의 이 발언이 나오자 즉각 「야권과의 연대 추진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된 것이다. 사실 대통합정치론은 궁지에 몰린 이대표에게 「국면 전환」의 몫을 해낸 측면이 있다. 이대표가 동아일보와 KBS가 공동주관한 TV토론에서 「대선 이후의 구상」이라고 못을 박았는데도 지금도 측근들이 『야권과의 연대추진도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애써 불씨를 죽이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당내 일각에서 『「3김청산」을 외치면서 김종필총재와 연대하려느냐』 『권력을 잡기 위해 작위적인 정계재편을 시도했던 3당합당과 무엇이 다르냐』는 비판도 없지 않다. 같은 맥락에서 여권 관계자 사이에서는 추석이 지나고 10월이 돼도 이대표에 대한 지지율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다시 불을 지필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럴 경우 우선은 야권인사 영입을 위한 슬로건으로 쓰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대세에 변화가 없을 경우 「대선 이후 내각제 개헌」을 전제로 김종필총재 등과의 통합을 기도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생각 △이대표의 「내각제 반대」원칙 고수여부 △여권내 민정계의 보수대연합 추진 여부 등이 실현가능성을 결정하는 변수로 남는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