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보수대연합론」은 뿌리가 깊다. 이는 사실 현정권 출범 후 소외감을 느껴온 상당수 여권내 민정계 인사들이 오랫동안 가슴속에 숨겨온 희망이었다. 여권내 보수대연합론의 양대 축은 이한동(李漢東)고문과 김윤환(金潤煥)고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염두에 두는 다른 한 축은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다. 그러나 여권내 보수대연합론자들은 극히 신중하다. 「외풍(外風)」이 강하면 이들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95년 6월 지방선거 참패 후 현 정권이 추진했던 개혁의 부작용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을 때 이들은 잠깐 목소리를 높였었다. 그러나 「노태우(盧泰愚) 비자금」 사건으로 개혁바람이 다시 불자 곧 침묵했다. 그러나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이고문과 김고문은 갈라섰다. 이고문은 민정계의 「실지(失地) 회복」을 외치며 자신이 직접 경선후보로 나섰고 김고문은 민정계의 독자적인 정권재창출이 어렵다고 보고 이회창(李會昌)대표를 지원하는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김고문은 보수세력과 개혁세력, 개발세력과 민주화세력의 연합에 의한 새로운 주체세력 형성을 주장하며 「비(非)민주계 비(非)민정계 후보론」을 내세웠다. 일종의 타협이었다. 아무튼 경선 후 이대표의 지지율 하락은 보수대연합에 대한 이들의 미련을 자극했다. 그리고 이들은 상당히 가까워졌다. 이제는 상호협조의 필요성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4일 일본 도쿄에서 만나 향후 정국운영과 관련, 깊숙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은 서두르거나 무리하지 않을 것 같다. 당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당내에서 정국상황의 변화에 맞춰 단계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또 대선전뿐 아니라 대선 후의 정국구도까지 내다보는 행보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표의 대통합정치론도 이 점은 같다. 다만 보수연합론은 이대표의 「낙마(落馬)」까지 염두에 두는 개편론이라는 점이 다르다. 현재 신한국당의 역학구도에 비춰 이대표의 「대통합정치론」도 무게중심은 보수대연합쪽에 있는 듯하다. 이대표와 이, 김고문이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가 관심사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