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 오른발로, 다시 머리로. 6일은 최용수의 날이었다. 전반 24분 선제골에 이어 후반 22분과 29분의 추가골. 늦여름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 나온 4만관중들은 최용수의 원맨쇼에 번잡한 세상사를 잊고 열광했다. 전후반 슈팅수 22대6. 차세대 스트라이커 최용수의 화려한 해트트릭으로 「부상병동」으로 신음하던 한국대표팀의 저력을 알려준 멋진 완승보였다. 최용수―김도훈이 투톱에 포진하고 「왼발의 명수」 하석주를 왼쪽, 「발바리」 이상윤을 오른쪽에 둔 한국은 초반 이기형―이상윤―최용수로 이어지는 공격진이 오른쪽을 파고들며 카자흐의 수비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그러나 원톱 리기노프를 공격에 박아놓고 나머지는 모두 밀집수비로 나선 카자흐의 방어벽은 생각보다 쉽게 뚫리지 않았다. 한국은 6분만에 오른쪽에 있던 이상윤이 왼쪽으로 자리를 바꾸며 전진패스, 최용수로 연결된 볼을 서정원이 몸을 날리며 첫 슈팅을 쏘았으나 아깝게 무산됐다. 이어 김도훈과 이기형의 강력한 슈팅도 크로스바와 골포스트를 살짝 빗나가는 등 몇차례 안타까운 순간을 맞았다. 반짝하는 카자흐의 반격도 만만찮았다. 한국이 전진수비하는 틈을 타 카자흐는 기습공격으로 허를 찔렀고 골키퍼 서동명이 뛰어 나온 사이 텅 빈 골문으로 슈팅을 날리기도 했다. 위기 뒤에는 찬스가 오는 법. 한국은 16분과 19분 최용수와 김도훈이 잇따라 헤딩슛을 퍼부으며 카자흐수비를 흔들었고 24분 마침내 선제골을 엮어냈다. 서정원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골지역으로 길게 센터링한 볼을 달려들던 최용수가 솟구치며 멋지게 머리로 받아 넣은 것. 이후 한국은 홍명보의 위력적인 중거리포에 이어 게임메이커 이민성과 스트라이커 최용수의 슛이 잇따랐으나 추가골은 기록하지 못했다. 전반은 슈팅수 10대5의 우세에도 불구, 1대0으로 마쳤다. 후반초반은 양팀의 팽팽한 접전. 그러나 한국은 홍명보가 최후방에서 미드필드로 전진하면서 활기를 찾았고 22분 하석주의 절묘한 왼발센터링에 이은 최용수의 오른발 슛으로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최용수는 7분 뒤 하석주의 프리킥을 다시 머리로 받아 넣어 카자흐의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재권·권순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