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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棋士들 다 군대 갔다왔다…이창호,특기자 공익근무

입력 | 1997-09-07 09:47:00


「군대 3년이면 3점 치수가 떨어진다」. 군입대 뒤에는 자연히 바둑에 소홀하게 돼 기력이 낮아진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군대 3년」은 어찌 보면 프로 기사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젊은 프로기사와 연구생 중에는 병역면제를 받기 위해 초등학교만 졸업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견기사들은 이런 젊은 기사의 입장에 대해 단연 「노」. 중견기사 대부분은 『군복무와 기력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남철(趙南哲)9단은 6.25때 부상한 국가유공 상이군인. 조9단은 『두달간 훈련을 받고 전선에 투입되었다가 강원도 횡성전투에서 왼쪽어깨에 직격탄을 맞았다』며 『소속부대는 6사단 2연대, 부상일자는 51년3월2일』이라고 정확히 기억했다. 조9단은 『젊은이가 병역의무를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대학생처럼 프로기사들도 한창 성장하는 2,3년간은 입영을 연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훈현(曺薰鉉)9단은 꼬박 3년 넘게 공군에서 복무했다. 일본에서 「천재」로 각광받던 조9단은 군복무를 위해 지난 72년 귀국했다가 아예 뿌리를 내렸다. 조9단은 『군에 있을 때 바둑을 연구할 여유가 없고 시합도 마음껏 참가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대회에 참가할 때는 「꼭 이겨야 한다」는 전우들의 응원이 도움이 되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군복무로 바둑실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단언했다. 한국기원 소속 9단 기사 16명 가운데 병역면제를 받은 사람은 양재호(梁宰豪)9단뿐. 양9단은 신병 때문에 면제를 받았다. 방위병으로 근무한 서봉수(徐奉洙) 유창혁(劉昌赫)9단을 제외하면 모두가 현역병 출신. 반면 조치훈(趙治勳) 이창호(李昌鎬)9단은 병역특혜를 받았다. 조9단은 6세때 일본에 건너가 표면상 무학(無學)으로 면제를 받았으나 실제는 「정권의 배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9단은 일본에서 중학교를 졸업해 무학이 아니었다. 이9단은 한국바둑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공로로 특혜를 받았다. 국회의원 1백5명은 지난해 바둑 특기자를 예체능특기자처럼 대우해줄 것을 요구했고 국무회의가 이를 받아들여 이9단은 지난해 8월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만 받고 공익근무요원으로 한국기원에서 근무중이다. 최근 10,20대 젊은 기사들은 중견기사들과 달리 병역을 되도록 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최명훈(崔明勳)5단은 학력미달(초등학교 졸업)로 면제를 받았다. 일부 젊은 기사들은 『군대에 다녀와 성적이 부진해졌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연구생중 일부는 군복무 때문에 고교진학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서봉수9단은 이에 대해 『군복무를 한다해서 바둑이 줄지는 않는다』며 『바둑수업에 제약은 있겠지만 결국 본인이 하기 나름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수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