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만해도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사이에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가스관 분쟁이다.투르크메니스탄은 러시아가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것을 즐기는 듯, 능란한 외교술을 구사하고 있다. 러시아 최대기업인 가스프롬은 투르크메니스탄내에 보유한 가스관 대여문제를 놓고 투르크메니스탄정부와 협상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대금 요율과 가스프롬측의 추가개발권 문제 등으로 회담은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94년까지만해도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를 채굴, 러시아 대외수출의 11%를 차지할 정도로 투르크메니스탄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95년부터 투르크메니스탄이 가스를 직접 채굴, 수출하려하자 양측 사이는 벌어지기 시작했다.문제는 엄청난 가스매장에도 불구, 투르크메니스탄은 해외로 뺄 수 있는 가스관이 없다는데 있다. 구소련시절 가설된 가스관은 경쟁자인 가스프롬의 관리하에 있다. 이에 따라 투르크메니스탄정부는 터키로 나가는 가스관을 건설하려 하지만 가스프롬이 이미 선수를 쳤다. 가스프롬은 향후 5∼8년간 터키에 60억∼3백억㎥의 가스를 독점공급키로 이미 계약을 체결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자 투르크메니스탄은 최근 가스프롬측에 구 소련지역 및 터키 파키스탄 등에 공동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방안을 제의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은 러시아의 의심을 살만한 행동을 했다. 가스프롬이 지분 45%를 가진 투르크멘로스가스회사가 뚜렷한 이유없이 파산했다. 우크라이나에 가스를 공급하던 이 회사를 파산시킴으로써 투르크메니스탄정부는 가스프롬의 활동을 위축시켜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러시아로서는 화나는 일이었고 그래서 러시아는 종전과 달리 러시아소유 가스관의 공동사용에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아직도 러시아가 어느 정도는 건재하다는 사실을 간과, 러시아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화를 자초했고 당분간 가스수출을 러시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자충수를 둔 셈이 됐다. 〈정리·모스크바〓반병희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