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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지구촌/뉴욕타임스 초점]「黃파일」대선정국 변수

입력 | 1997-09-07 20:17:00


요즘 한국내에서 가장 불안한 사람들은 아마 「북한 간첩들」일 것이다. 최근 수개월동안 여러명의 북한 고위 관리들이 한국이나 미국으로 망명했고 이들 가운데 일부는 상당수의 한국내 간첩들에 대한 중요한 정보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른바 황장엽(黃長燁)리스트로 한국내에서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는 북한의 간첩들이 한국을 제집 드나들 듯이 활동하고 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힌바 있다. 그는 자신이 비록 직접적으로 간첩들을 담당하는 일을 하지는 않았지만 여러건의 간첩관련 이야기들을 들었다고 말하고 관련 정보들을 관계기관에 모두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황과 함께 망명한 김덕홍(金德弘) 역시 이와 관련한 매우 유용한 정보를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기부는 이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간첩조직이 한국사회 곳곳에 침투해 있다고 발표했지만 그 수가 5만명에 이른다는 황의 주장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하지 않았다. 최근 미국으로 망명한 장승길 이집트주재 북한대사도 이와 관련한 상당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황을 심문했듯이 한국정부도 장을 심문하면서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캐내려 할 것이다. 황장엽리스트설은 야당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얼마전 월북한 오익제(吳益濟)도 그 리스트에 들어 있다는 소문은 야당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안기부의 한 수사관은 이와 관련해 수사를 적극화할 경우 야당탄압으로 오해를 살 수 있고 소극적으로 임할 경우 직무를 소홀히 했다는 비난이 두렵다며 부담감을 표시했다. 한국의 한 언론은 반기문(潘基文) 청와대 안보수석의 말을 인용, 오해를 피하기 위해 수사가 12월의 대통령선거 이후에 실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황장엽리스트에 대한 수사가 정치적으로 민감하기 때문에 대선이후에 이 문제를 제기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의 고위인사가 이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는 소문때문에 오히려 일부 야당인사들은 이 리스트가 즉각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리·뉴욕〓이규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