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채널리뷰]MBC,월드컵축구 최종예선 단독중계 자화자찬

입력 | 1997-09-09 07:57:00


6일 저녁 방영된 98프랑스월드컵축구 아시아예선 한국대 카자흐전. 단독 중계를 맡은 MBC는 열전 90분의 틈을 비집고 자사 자랑을 늘어놓았다. 캐스터 송재익씨와 해설자 신문선씨는 『카메라 16대 헬기2대 등 동원장비가 매머드급』이라며 곁가지 자화자찬을 수차례 반복했다. 경기의 승자는 한국이 아니라 MBC인 듯한 분위기였다. 같은 날 밤 9시 뉴스데스크에서도 중계방식의 이모저모를 테레사 수녀의 사망보다 먼저 전했을 정도였다. MBC는 또 경기 며칠 전부터 자사의 단독중계임을 계속 강조해왔다. 그만큼 대단했을까.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먼저 카메라의 수는 자랑거리 축에도 못낀다는 것이다. 요즘 웬만한 축구 중계에 10대 이상은 보통인데다가 카메라의 수가 지나치게 많으면 연출자의 능력에 따라 되레 중계에 허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PC 통신의 시청자 옴부즈맨 코너에는 『16대의 카메라를 유기적으로 활용하지 못해 답답했다』는 등의 지적도 나왔다. 헬기 촬영 또한 운동장 주변 야경을 보여주는데 그쳤고 경기의 박진감을 「조망」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런데도 진행자들은 스스로 대단한 방송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옆줄을 따라 움직이는 스태빌라이저 카메라를 간간이 보여주며 첨단성을 알렸으나 이 또한 국내 처음은 아니었다. 감독석에 마이크를 설치, 생생한 숨결을 들을 수 있다고 또한번 자랑했으나 시청자들에게 실감나게 전달되지는 못했다. 이같은 MBC의 겉치레 공세는 일찌감치 예견된 것이다. 지난해말부터 TV3사는 스포츠 빅이벤트의 중계권을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여왔는데 MBC는 이번 중계권을 방송가의 비난을 무릅쓰고 50여만 달러의 고액으로 「독식」했다. 경기 도중 반복된 자화자찬은 바로 「본전」생각에서 비롯된 결과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영문도 모르고 MBC의 허세에 시달려야 했다. 그나마 한국이 이겼기에 짜증을 접고 쉽게 넘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허 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