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3년 내에 붕괴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향후 2,3년간이 북한의 「반환 불능점(포인트 오브 노 리턴)」이 되고, 이것이 한반도 전체의 운명을 결정지을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습니다』 제5차 한일포럼에 참석키 위해 5일부터 8일까지 서울을 방문한 일본 게이오대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교수. 일본의 대표적 한반도전문가인 오코노기 교수는 7일 인터뷰에서 향후 2,3년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북한의 경제위기가 조기에 타개되지 않으면 머지않아 정치위기로 전환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정치위기 앞에 기다리는 것은 전쟁 쿠데타 내란 암살, 그리고 여기서 기인될 북한의 「돌연사(突然死)」일 것입니다. 설령 군사정권이 탄생해 북한이라는 국가와 사회주의제도가 일시적으로 유지된다 해도 기존 「수령제」 이상의 생명력을 갖지 못할 것입니다』 ▼ 外資도입 마지막 재건 기회 ▼ ―북한의 행로를 결정할 기로의 하나는 김정일(金正日)의 권력승계시기나 양태(樣態)일텐데요. 『올가을에 김정일비서가 최고지도자에 정식 취임한다면 북한지도부는 어느 정도까지 대외관계를 타개, 외부자본과 기술의 도입에 노력하고 농업을 포함한 경제의 재건에 착수할 것입니다. 이것은 북한이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김비서가 권력승계에 실패한다면 이는 김비서의 정치지도에 대한 불신을 낳고 이를 매개로 경제체제위기가 정치체제위기로 전환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실제로 권력승계가 어떻게 이뤄지리라 전망하십니까. 『북한지도부가 김일성(金日成)주석 3년상 종료를 선언한 이상, 금년 10월경까지 김정일비서가 노동당총비서나 국가주석에 취임하리라고 봐야겠지요. 그러나 김비서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총비서에 취임하되 주석취임은 건국 50주년 기념일인 내년 9월9일 전후까지 연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권력승계도 2단계로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말씀이신데, 그런 판단의 근거는 무엇입니까. 『북한에서는 총비서가 더 중요합니다. 또한 국가주석 취임은 건국 50주년이 더욱 어울릴 것입니다. 지금 식량조달과 대외관계진전을 얼마간 이루려는 것은 총비서 취임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한국의 새 대통령을 상대로 외교공세를 펴고 대일(對日)수교 등을 이룬 뒤에 주석에 취임하려 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만약 북한이 「돌연사」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으로 보십니까. 『북한의 「돌연한 붕괴」는 「연쇄붕괴」를 초래할 것입니다. 첫째는 한국경제, 그중에서도 특히 취약한 금융업계를 직격할 것입니다. 주식과 환율의 폭락, 외자철수와 국내자산의 해외도피가 우선 예상됩니다. 한국의 금융불안은 일본의 금융불안으로 직결될 것입니다. 둘째는 그런 한국경제가 독일보다 훨씬 무거운 통일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한국인 2명이 북한인 1명을 구제해야 합니다. 셋째는 일본도 그런 혼란을 방치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한국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국제컨소시엄이 결성되더라도 그 최대역할은 일본에 기대될 것입니다. 넷째로 만약 전쟁을 동반하게 된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을 「연착륙」시키자고 주장해 오셨는데, 「연착륙」이라면 북한체제를 살려주자는 것이냐는 인상도 있거든요. ▼ 개방개혁 거쳐야 충격완화 ▼ 『그것은 오해입니다. 개방개혁을 통해 북한이 「단계적 체제이행(移行)」을 이룬다 해도 북한체제는 붕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요컨대 「돌연사」냐, 「단계사(段階死)」냐의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좀더 설명해 주신다면…. 『북한은 딜레마에 직면할 것입니다. 구체제를 고집해 사람 물건 돈 정보의 유입을 제한하면 경제재건이 불가능해집니다. 그러나 이것을 허용하면 구체제의 모순이 표면화돼 정치가 불안정해집니다. 경제체제의 개혁은 이데올로기나 정치체제의 개혁으로 파급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북한지도부 안에서 보수파와 개혁파의 대립이 심각해지는 것은 이 무렵일 것입니다. 정책논쟁은 권력투쟁으로 바뀌고 보수파와 개혁파의 어느쪽이 승리해도 한번 표면화한 모순은 해소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극한에 달하면 정권붕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양상은 「돌연사」와는 상당히 다르게 됩니다. 그동안의 개방개혁실험이 붕괴의 충격을 완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낙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