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불교문화권에서는 털 긴 개를 귀하게 여기던 전통이 있었다. 티베트 라마사원에서 기르던 귀신쫓는 털 긴 사자개. 당나라 현종의 사랑을 받으며 왕궁에서 길러졌다는 황금사자개. 일본 왕가와 신사를 지키는 수호동물인 고마이누. 중국에서 지장보살의 화신으로 추앙받는 신라 교각스님이 데리고 다녔다는 삽살개. 이것들은 모두 사자개란 별명을 지닌 털 긴 개다. 삽살개에 관한 기록은 신라이후부터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고려장수 유천매는 길들이기 어려운 북쪽말에 대응하여 남쪽의 삽살개를 시 속에서 노래하고 있다. 고려불화 지장보살도에도 머리에만 털이 많은 개가 등장하며 조선시대에 그려진 액운을 쫓는 문배도에도 털 긴 푸른 사자개가 등장하고 있다. 춘향전 숙향전 가사 만담 등에도 등장하는 삽살개는 조상들의 정감에 깊이 각인돼 있던 우리의 신령스런 개였다. 그런데 그토록 사랑받던 우리 삽살개는 다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조선시대 그림 속에 흔하게 등장하던 삽살개는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1930년대초 각 분야에서 자기것 찾기운동이 일어나면서 지역마다 특색있는 개들을 찾아내 토산품종으로 정착시키는 일이 추진됐다. 일제는 아키다 시바 등 여러 토착개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일제는 식민지 조선반도의 개도 「내선일체」의 징표로 삼을 필요를 느끼게 됐고 조선총독부는 경성제대 모리교수의 추천에 따라 진도개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게 된다. 진도의 조선개를 진도개 순종으로 인정하고 닮지 않은 개를 대규모 도살하는 세계 어디에도 유례없는 일을 해방될 때까지 한반도에서 추진했다. 일본 왕가와 신사를 지켜주는 고마이누(고려개 또는 털많은 삽살개)의 석상과 목상은 바다 건너 조선의 살아있는 고마이누들이 당한 화를 아는지 모르는지 역사의 아이러니는 묘하기만 하다. 우리 전통문화를 발굴 보존하는 일이 음악 회화 공예 등 여러 방면에서 오래 전부터 이뤄져오고 있으나 유독 우리 정서에 맞는 우리개를 찾아 보존 육성하는 일만은 등한시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진짜 토종개가 많이 나와 우리 애견문화가 아직도 깊게 빠져 있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논리에서 깨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하지홍(경북대교수·유전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