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건희 에세이/21세기 앞에서]교통난과 7시출근

입력 | 1997-09-10 20:05:00


이제 우리나라의 교통문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얘깃거리가 되어 버렸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교통사정은 체증이니 지옥이니 하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다. 아침에 상쾌한 기분으로 집을 나왔던 사람도 갖은 고생을 하며 직장에 도착하고 나면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가 되니 이래가지고서야 일의 능률이 오를 리 만무하다. ▼ 정부탓 해봐야 뭐하나 ▼ 삼성이 몇년 전부터 출근시간을 아침 7시로 바꾼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개개인의 생산성도 문제지만 기업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운송이나 물류도 큰 문제이다. 고속도로나 산업도로는 항상 막히고, 항만시설도 부족하거나 상태가 좋지 않다. 물류비 운송비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고, 심지어 교통사정 때문에 바이어와의 상담을 망치거나 제품선적이 늦어져서 수출납기를 못 맞추는 경우까지 있다. 이 정도가 되면 우리나라가 객관적인 기업경영 여건 평가에서 낮은 순위를 받은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도로 항만 공항과 같은 사회간접자본은 원칙적으로 정부에서 담당해야 할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교통문제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동안에도 선진기업들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를 탓한다고 갑자기 교통여건이 좋아질 리는 만무하다. 그러므로 기업경영자들은 나름대로 교통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지금은 세계최고의 화물운송기업으로 성장한 페더럴 익스프레스의 성공비결은 창업자인 프레데릭 스미스가 대학 시절에 생각한 「거점중심 운송방식」과 「다음 날 아침 배달」이라는 혁신적인 생각이었다. 당시에는 모두들 허무맹랑한 생각이라고 비웃었지만 오늘날 페더럴 익스프레스의 성공은 이런 창의적인 생각에서 비롯되었다.마찬가지로 기업경영자들은 교통사정을 탓하기 전에 먼저 자기회사의 물류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한다. ▼ 경영자 발상의 전환을 ▼ 반드시 실물(實物)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는가, 공동집배송은 불가능한가, 효율적인 물류를 위해서는 어떤 정보시스템의 뒷받침이 필요한가 등등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는 얼마든지 있다. 또 하나 우리 기업들의 경우에 「물동량(物動量)」도 문제이지만 「인동량(人動量)」도 문제다. 월요일 아침에 특히 교통사정이 좋지 않은 것은 기업이나 관공서들의 회의 때문이라고 한다. 회의를 한다고 하면 무조건 다함께 모여야 하는 건지, 회의는 꼭 아침에 해야 하는 건지, 정보시스템을 통해 해결될 수는 없는지, 그냥 얼굴만 내비치려 참석하는 회의는 없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통문제가 세계에서 제일 심각하다고 비난만 해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교통량을 줄이고 교통효율을 높이려는 작은 노력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이건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