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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최영하/中央亞 한인에 따뜻한 격려를

입력 | 1997-09-11 07:52:00


구소련 연방이었던 우즈베크 카자흐 키르기스 등 중앙아시아에 살고 있는 한인들이 1937년 연해주 극동지방으로부터 강제이주된지 올해로 60년이 됐다. 1930년 중반 만주를 점령했던 일본과 극동지방의 소련세력이 상충하면서 연해주에 살고 있던 한인 18만명은 스탈린에 의해 아무 연고도 없는 중앙아시아로 실려와 갈대밭에 던져졌다. 한인들은 지난 60년간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 이역만리 타향에서 살아 왔다. 붙임성 있고 부지런한 한인들은 목화밭에서 열심히 일했고 어느 소수민족보다 근면하고 우수한 민족으로 평가받았다. 한인들은 소련 공산당 치하의 집단농장에서도 노력영웅 칭호를 가장 많이 받은 민족이었다. 이들은 소련이 붕괴한 이후에도 아무런 마찰없이 각각 그나라 국민으로 뿌리를 내려 잘 살고 있다. 우즈베크에 23만명, 카자흐에 11만명 등 러시아와 기타 중앙아시아에 45만명이 흩어져 살고 있다. 이주 당시를 기억하는 60∼70대 노인들이 상당수 생존해 있지만 대부분은 한국말을 모르는 2∼4세들이다. 우리 정부는 이들이 각기 그 나라의 훌륭한 시민으로 잘 살아가도록 여러모로 돕고 있다. 특히 88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은 더욱 가까운 조국으로 다가왔고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앙아시아에 투자하면서 오랫동안 그늘에 살아왔던 동포들은 이제 한인으로서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며 살고 있다. 이들은 지금 강제이주 60주년을 기념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 민속행사 학술회의 영화제작 도서출판 등 다양한 행사다. 얼마전에는 한 동포화가가 60년 유민사를 담은 일생의 작품을 서울에서 전시해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들을 지켜보면서 이번 행사가 과거 지향적이기보다는 미래 지향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들이 어떻게 이곳에 왔으며 지금 어떻게 살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갖게 해 자랑스런 한민족으로서 전통과 문화를 지키면서 그 나라의 훌륭한 시민으로 살아가도록 도와줘야 한다. 구소련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모두 신생독립국가로 대부분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이행중이다. 다민족국가인 이들 나라는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열려 있다. 이번 행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중앙아시아 한인 동포사회가 모국의 국민들로부터 보다 따듯한 시선과 격려를 받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최영하(주 우즈베크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