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창경궁 등 민족의 얼이 깃들인 고궁이 드라마나 영화 촬영으로 수난을 겪고 있다. 횃불을 쓰고나면 단청에 그을음이 남는 등 심한 몸살을 앓고 있으며 대부분 목조 건물이라 화재의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다. 11일 경복궁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경복궁은 올들어서 TV 드라마 「용의 눈물」 세트장으로 22차례나 「대여」됐다. 5월21일에는 야간 5시간을 포함해 9시간이나 촬영을 했으며 많을 땐 1백20여명의 제작진이 참여했다. 화재와 안전 등을 고려해 금지된 야간촬영은 불가피한 경우 문화재심의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지만 한번도 절차를 거친 적이 없다. 또 잔혹한 장면은 찍지 않는 조건으로 사용 허가가 나가지만 무시되고 있으며 이때 피대신 사용된 물감은 쉽게 지워지지 않고 흉한 얼룩을 남기는 경우도 많다. 관리사무소측은 『문화재 보호를 위해 촬영은 최소한도로 그쳐야 하는데 여러 곳에서 압력이 오니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문화재 홀대는 갈수록 심해져 최근 모방송국에서는 제한공개지역으로 행사가 금지된 비원 안에서 국제행사임을 빌미로 모임을 가지려다 거부당하기도 했다. 궁궐을 분위기있는 호텔의 홀쯤으로 여긴 것이다. 경복궁은 금년 「용의 눈물」 촬영 대가로 모두 9백28만여원을 받았다. 여기에는 1인당 7백원의 입장료가 포함되어 있어 실제 「세트장 대여료」는 1회당 40만원 가량. 웬만한 조연배우의 한나절 출연비에도 못미치는 헐값에 고궁이 임대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용의 눈물」 제작 책임자는 『간단한 세트장만해도 10억원이상이 드는데 촬영용 궁궐을 짓는다면 돈이 얼마나 들지 상상이 안돼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사극전용 세트장을 방송국 공동으로 세우는 등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한다. 어찌 한 철의 드라마와 천년의 역사를 바꿀 수 있겠는가. 〈조헌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