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기행」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메밀꽃이 한창인 초가을.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얼금뱅이 허생원과 청년 동이가 나귀 방울소리를 쩔그렁대며 넘던 봉평 고갯길에는 지금도 그때처럼 메밀꽃이 피어있을까. 작가 이효석의 고향이자 「메밀꽃 필 무렵」의 주무대였던 강원 평창군 봉평면 창동리 일대를 찾아간다. 김상태 이화여대교수가 제자와 함께 봉평장터에서 작품의 모델이 되었던 인물들의 흔적을 더듬어본다. 각종 기념비들을 둘러보며 36세의 짧은 생애를 마친 이효석의 삶을 반추한다. 달밤의 정취와 어우러진 메밀꽃밭의 전경을 작품속의 묘사를 상기하면서 실제로 감상해보는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시청자를 가을 밤의 정취에 젖게 한다. 〈이원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