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는 「병역」문제를 보면서 조금은 제길을 찾아가는 모습인 것 같아 다행스럽다. 이른바 「군사정권」 시절에는 「군」과 조금만 관련이 되어도 문제가 있는 것처럼 간주돼 왔는데 이제는 지도자가 되려면 병역부터 검증받아야 하는 「병역 증후군」이 생길 정도로 바뀌었다. 지난 5월부터 현행 초중고교 교과서에 기록된 한국전쟁 및 월남전 참전 관련내용을 종합적으로 검증할 기회가 있었다. 분석결과 한국전쟁에 관한 내용은 중고교 국사교과서의 현대사 부분에 2,3쪽 정도 실려 있는 것이 전부였고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월남전 참전 관련내용은 중고교 교과서에 한두줄 정도 언급돼 있다. 일본의 경우 중고교 국사교과서에 한국전쟁과 월남전에 관한 역사적 사실과 자국과 관련된 내용이 비교적 자세히 기록돼 있었다.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는 50년이 넘은 태평양전쟁 참전자와 가족간의 생이별을 통한 애환과 고뇌를 그리면서 마지막 부분에서 어린 아이가 장성해 코스모스 꽃밭 속에서 밝은 모습으로 일어서는 의지를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내용을 실었다. 영국의 중고교 교재에도 한국전쟁의 전개과정과 냉전체제의 첫번째 시험무대였다는 사실을 2,3쪽 분량으로 수록해 놓았다.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으면서도 2차 세계대전 후 냉전의 부산물로 상징되는 양 국지전을 자세하게 교과서에 수록한 것은 역사적 지정학적으로 의미깊은 사실이란 점을 보여 준다. 한국전쟁은 사망자만 3백만명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비극을 초래한 동족상잔이었다. 전쟁재발 방지와 전쟁억지력 강화 그리고 평시에 전쟁의 비극을 예측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교육을 통한 정신력 무장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때 월남전에 파병된 자랑스런 우리 용사들을 「용병」이라고 매도했던 일마저 있었다. 22만 월남전 참전용사들이 이역만리에서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우리의 취약한 경제발전에 초석 역할을 한 점은 역사적 사실로 평가해야 한다. 이제 우리도 성숙한 민주사회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전쟁에 참전해 산화한 전몰군경과 부상한 전상군경들의 공헌과 희생에 대한 기록을 교과서에 반영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호국의식 선양이라는 점에서 한국전쟁과 월남전 참전에 관한 내용은 정권이나 사회적 시류에 영향을 받지 않는 역사적 사실과 교훈으로 기록돼야 한다. 권율정(국가보훈처 교육지원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