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발언대]육철희/위안부문제, 정부가 앞장서라

입력 | 1997-09-20 07:10:00


유엔 인권소위는 최근 일본정부가 유엔 및 전문기구들의 군위안부 관련 조사활동에 협력하고 당사국들과 대화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마련했다 한다. 소위는 일본정부가 이 문제에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내년 8월 다시 거론키로 해 일본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이에 앞서 미국 하원의원 17명은 일제의 만행을 규탄하고 위안부들에 대한 일본정부의 사과와 보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의회에 처음으로 제출했다. 결의안이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해도 상징적 의의는 크다. 군위안부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다뤄지게 된데는 민간단체의 희생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간단체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발벗고 나서야 하는 이유를 다른 나라의 경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동남아 국가의 경우 일본과의 경제협력 등을 고려, 정부가 미온적인 반면 대만정부는 적극적이다. 대만은 「대만출신 군대위안부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정부차원에서 위안부 출신 할머니의 권익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또 국내법을 통해 이들을 도우며 일본에 법적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5월 대만정부는 일본의 배상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으므로 우선 정부가 보상하고 일본의 배상문제는 정부가 직접 맡기로 했다. 위안부 문제를 과거청산과 국가배상 차원에서 다루는 중국과 북한도 일본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다. 일본정부는 98년 봄부터 사용할 고교 교과서에서 군위안부 모집과정에 일본군이 직접 개입했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위안부의 수도 수만명 또는 10만명이 정확하지 않다며 다수의 젊은 여성으로 수정했다. 일본정부가 국제적인 압력에도 이처럼 오만한 데에는 가장 큰 피해 당사국이면서도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 우리 정부의 책임이 크다. 일본에 기껏해야 성의있는 대책을 요구하고 진상규명도 민간단체에 미뤄놓은 상황이니 또 다른 훈할머니를 찾을 수도 없을 것이다. 아직도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할머니들의 피맺힌 한을 풀고 또 다른 훈할머니를 찾아내는 일에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민간기구를 통해 5백만엔씩 지급하겠다는 일본정부의 유혹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이 자유로워질 수 있게 대만처럼 국가가 우선 보상하는 방법도 강구해주기 바란다. 육철희(신시민연합운동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