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현상이 우리 의료체계의 문제점으로 자주 거론된다. 몸이 아플 때 용한 병의원을 찾고 작은 병원보다 큰 병원을 더 선호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긴 대기시간과 비싼 진료비를 감수하면서도 종합병원을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좋은 병원」이란 무엇보다 환자의 건강문제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병원이다. 의료진의 친절도나 시설의 쾌적함 여부도 병원의 우열을 가리는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본질적인 요건은 아니다. 정부는 2년전부터 의료기관 서비스평가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 양적인 성장에 치중해온 우리 보건정책이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 하겠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서비스 평가결과에 대해 강력한 비판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평가결과가 실제 병원에서 느끼는 서비스 수준보다 과장됐다는 지적들이다. 이같은 비판은 결국 병원의 실상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서비스 평가방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행 평가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료서비스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평가항목을 재구성해야 한다. 현재의 평가항목은 시설의 청결도나 환자의 대기시간 등에 치우쳐 직접적인 진료내용과는 대부분 무관하다. 치료방법이 적절하였는지, 수술결과 부작용이나 합병증은 없는지 등 진료내용이나 치료결과에 대해서는 소홀하다. 이 결과 평가를 준비하는 병원들은 건물의 미관이나 직원 친절교육 등에 더 신경을 쓰게 되다보니 우선순위가 뒤바뀐 느낌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병원서비스 평가인지 호텔서비스 평가인지 모르겠다」는 냉소적인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물론 의사의 진료는 전문적인 사항이라 객관적인 평가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 위주의 현행 평가방식에 비해 보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점도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이미 이같은 객관적 평가를 위한 조사방법이 적지 않게 개발돼 일부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평가방법을 우리 실정에 맞도록 보완, 활용한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진료수준의 깊이와 적절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병원들은 진료수준을 높이기 위해 더 한층 노력하게 될 것이다. 또 환자들도 평가결과를 믿게 되면 자신에게 맞는 병원을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안형식 (고려대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