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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최상호/고속도로 통행료 받지말자

입력 | 1997-09-24 07:49:00


추락하는 우리 경제를 살리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질화된 고비용구조를 과감히 개선해야겠다. 이를 위해선 필요없는 일은 하지 말고 필요한 일은 능률적으로 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고속도로에 톨게이트를 만들어 통행료를 받는 일도 필요없는 일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몇 안되던 시절,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징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황은 완전히 변했다. 1.5가구당 1대꼴로 자동차가 생활필수품화됐고 고속도로 이용차량은 하루 평균 2백20만대로 전체차량의 20%가 넘는다. 톨게이트 폐해는 우선 물류비용의 상승요인. 우리나라 제품의 물류비는 제품가격에서 17.3%를 차지, 미국(7.7%)이나 일본(8.8%)의 2배를 넘는다. 고질화된 물류비용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서는 톨게이트를 없애야 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바쁜 사람들이 톨게이트에서 기다리는 불필요한 시간도 엄청난 손실이다. 고속도로 운행차량에 평균 2명이 타고 톨게이트 진입과 진출에 평균 2분이 지체된다면 하루 14만6천6백67시간이 낭비되는 셈이다. 이를 하루 8시간 기준으로 계산하면 1만8천3백33명이 하루를 헛보내는 꼴이다. 톨게이트 지체시간이 4분이면 3만6천6백66명이다. 이를 연인원으로 환산하면 각각 6백69만명과 1천3백38만명이 된다. 불합리한 제도 하나로 얼마나 큰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톨게이트에서 저속운행할 때 발생하는 대기오염이 엄청나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시속5㎞ 주행시 ㎞당 29.9g으로 시속45㎞로 달릴 때(7.6g)의 3.9배에 달한다. 탄화수소는 시속5㎞ 때 3.6g으로 시속45㎞ 때(0.8g)의 4.5배에 달한다. 이같은 폐해를 생각하면 통행료 징수목적의 톨게이트는 철거돼야 한다. 하루 30억원이상 징수되는 통행료가 고속도로 유지 관리의 주수입원이 돼서는 안된다. 통행료를 받기 위해 동원되는 각종 시설과 인력을 제외하고 남는 순수 도로보수비는 일반예산에서 충당하면 된다. 지난해만 해도 정부예산의 11.7%인 7조3천5백억원이 교통시설 확충에 쓰였다.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재원이 부족하다면 도로이용부담금 차원에서 주행세를 도입, 보충하는 방안을 강구하면 된다. 톨게이트 철거로 고비용을 유발하는 행정편의주의적 정책과 제도를 하나씩 제거하는 전기로 삼자. 최상호(농협대 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