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로 중국과 한국이 수교한지 5년이 됐다. 그동안 한중 교역은 다른 어떤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활기차고 눈부셨다. 베이징 번화가의 웬만한 정류장에는 한국 대기업의 간판이 부착됐고 한국 유학생들이 밀집한 구역은 아예 「한국인의 거리」라고 이름이 붙을 정도다. 곳곳에서 눈에 띄는 한국식당은 한국의 대중문화와 전통문화가 광대한 중국대륙에 퍼져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이런 양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질적 성장이 따르지 못하는 것 같아 「발전」이라고 부르기에는 섣부른 느낌이다. 투자에 성공한 사람의 몇배에 이르는 실패자들이 헛발자국만 남긴채 돌아오는가 하면 내실이 없는 유학생들과 엄청난 외화를 낭비하는 기업인들이 양국 관계에 대한 희망을 주춤하게 한다. 이는 중국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는 현상이 아닐까. 만반의 준비없이 중국에 들어간 투자자들의 심리 이면에는 중국을 가난한 나라라고 좀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없지 않았나 한다. 이런 잘못된 선입견은 사업실패로 들어서는 원인이다. 중국은 분명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중국적 특색의 노선을 택하고 있다. 경제발전을 꾀하기 위해 채택한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은 이전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개혁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경제개혁을 실행한지 20여년이 지난 오늘날 중국은 이미 거대한 공룡으로 변하고 있다. 외환보유고가 홍콩반환으로 생긴 자본까지 치면 벌써 2천억달러를 넘어섰고 2010년에는 일본을, 2030년에는 미국을 추월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런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중국에 가는 사람들은 개혁의 겉모습만 보고 한국과 같은 자본주의 국가로 착각하기 쉬운데 기업인이나 유학생 관광객들은 이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정책에 대한 비난이나 종교활동은 중국당국의 금지조항이므로 유념해야 한다. 중국인의 성격은 자존심으로 대표된다. 역사나 고전문학에 대한 자존심은 한국인을 능가한다. 특히 교육수준이 높고 인격을 갖춘 도시민들은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들이 비록 가난하지만 인격만은 존중하는 바탕 위에 서로를 이해하면 한국 기업인의 사업은 번영할 것이다. 동시에 중국인들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중국을 오늘의 경제대국으로 부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바람직한 양국 교류를 위해 긴밀한 협력과 공동노력이 필요한 때다. 왕계문(시사중국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