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 되면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를 여행해보고 싶어요』 경기 고양시 화정중 1학년 정상근(鄭祥根·13)군은 방학이던 지난달 6일 동안 혼자서 충청∼전라∼부산에 이르는 국토순례여행을 다녀와 이를 정리한 「짧은 여행의 기록」이라는 소책자를 만들고 있다. 정군이 『외아들에 장손인 너를 너무 약하게 키워왔다』며 『혼자 여행을 해보겠느냐』는 아버지(43)의 제의를 받은 것은 올 4월. 정군은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그동안 거의 가보지 못한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단독 여행의 여정을 짰다. 지난달 14일 충무공의 나라사랑 정신이 깃들인 충남 온양 현충사를 시작으로 6일 동안 추사(秋史)고택∼전북 정읍 황토현 동학혁명지∼고창 선운사∼광주 5.18묘역∼무등산∼조선대∼전남 해남군 토말(土末·땅끝)∼강진 다산(茶山)초당∼시인 김영랑생가∼부산을 거치는 강행군을 했다. 선운사에서는 서정주시인이 사랑했던 뒤뜰의 동백숲을 보았고 육지의 최남단인 토말에서는 일렁이는 파도앞에 서보기도 했다. 상근이는 여행 사흘째에 들른 광주 망월동 묘역을 잊을 수 없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동포를 숨지게 하다니…』 정군은 여행중 만났던 사람들과 요즘도 연락을 한다. 밥을 줬거나 재워줬거나 길을 가르쳐주고 차를 태워준 분들, 또 그에게 용기와 사랑의 말 혹은 글을 준 분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애틋한 향토사랑과 조국사랑을 가르쳐준 조선대 문병란 교수 등 여러 사람들이 써준 글이 노트 한권에 가득하다. 상근이는 이 글에 자신이 직접 쓴 기행문과 어머니가 써준 시 및 아버지의 글까지 함께 묶어 「짧은 여행의 기록」을 만들 예정이다. 올 겨울방학때는 양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볼 생각인 정군은 지난 여름 몸과 함께 마음도 부쩍 자란 기분이다. 0344―967―2351 〈고양〓선대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