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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서해안 개펄]개발 무분별 「죽음의 땅」탈바꿈

입력 | 1997-09-29 08:02:00


자원의 보고(寶庫)로 「한반도의 콩팥」이라 불리는 서해안 개펄이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미명 아래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매립에 따른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거대한 방조제의 축조에 따른 부유물질의 증가와 폐수배출 등으로 남아있는 개펄들조차 빠르게 오염돼 「죽음의 땅」으로 변해가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개펄 1㎢는 매일 10만t의 오폐수를 걸러내는 천연정화조. 다양한 어패류 양식어업 등으로 경제적 가치도 크다.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최근 「1㏊의 연간 경제적 가치가 개펄은 9천9백90달러, 열대림 2천8달러, 농지 92달러」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농업용 간척은 1백원짜리 개펄에 돈과 노력을 쏟아부어 90전짜리 농지를 만들고 있는 셈.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매립공사로 6백22㎢의 개펄이 사라졌다. 계획대로라면 2001년까지 1천2백여㎢의 개펄이 없어질 전망이다. 경기 인천지역의 경우 개펄면적은 1천20㎢(3억6백만평)나 되지만 시화호방조제공사 동아매립지 인천국제공항 남양지구 등으로 절반가량이 사라질 위기다. 이 지역에는 현재 5천5백만평의 공유수면매립작업이 진행중이며 8천1백74만평에 대한 매립계획이 잡혀있다. 개발론자들은 개펄을 메우면 그 외곽에 또다른 개펄이 생성된다고 주장하나 환경보호론자들은 『우리나라 갯벌생성에는 적어도 6천년이 걸렸다』며 이를 일축한다. 매립된 개펄이 잘 활용되는 것도 아니다. 한진매립지라 불리는 인천 중산지구 27만8천평은 농수산물가공센터 등의 목적으로 매립됐지만 6년 동안이나 방치되고 있다. 강화초지1지구는 어촌개발사업부지로 조성됐으나 나대지로 방치되고 있다. 농경지로 활용하기 위해 89년 완공한 1천1백26만평의 동아매립지 중 3백82만평도 잡초만 무성하다. 이곳에서는 대규모관광 유통 및 주거 업무단지계획이 흘러나와 「재벌에 특혜를 주기 위한 매립이었다」는 의혹을 낳았다. 개펄매립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생태계 파괴의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공포의 시화호 오염은 재앙의 전주곡일 뿐이다. 지난해 환경부조사에 따르면 인천남동공단 송도 시화지구 대부도앞바다 등지의 납 구리 아연 카드뮴 등 중금속 오염도는 허용기준치의 15배에서 최고 5백29배까지에 이르렀다. 자연산 패류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수협 경기지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 일대의 굴생산량은 93년에 비해 7분의 1로 줄었고 바지락은 3분의 1로 감소됐다. 인하대 해양학과 조사 결과 시화호방조제공정이 70%에 이른 92년 서해앞바다에서 잡힌 어패류는 16종이었으나 시화호방류 이후 단 3종만 발견됐다. 개펄살리기운동을 펴고 있는 안산해양시민대 박순자(朴順子·42·경기도의원)학장은 『바다의 그린벨트인 개펄은 파괴되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처음부터 잘 보전해야 한다』며 『개발계획을 당장 중단하고 서해안 개펄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가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