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는 사람의 글이 그리울 때가 있다. 낯선 사람의 일기를 읽고 싶을 때도 있다. 「이건 소설이 아니고 일기야」하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혼자서 춤추러 가고싶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못하고 만다. 그 대신 밥이 익는 냄새가 나는 벽돌이 깔린 저녁의 좁은 골목길을 걸어간다. 오래된 집들이 있는 개발되지 않은 옛동네다. 거기에는 남편의 밥그릇에 밥을 퍼주면서 남자의 기원을 생각하거나 「꽃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하는 노래를 부르는 여자가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낯선 여자다. 「그 여자는 일기를 쓸까」하고 생각해본다. 어쩌면 그냥 소설을 쓸지도 모르겠다. 불안하고 떨리는 마음을 감추면서 평범한 정신병자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염소같은 것을 몰고 다니는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근데 왜 하필이면 염소일까? 그 여자는 아마도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랐나봐. 참 이상하다. 이 거리에서는 왜 아무도 자라난 집을 떠나지 않을까(염소를 몰지 않고서는), 왜 상처는 가족과 함께 성장하고 뜨거운 사랑은 지붕 아래에서 누워 있나. 근데 그 기분은 내가 엄마에게서 느낀 것과 비슷하다. 나는 집을 떠났지만 엄마가 그러는 것은 너무 싫었다. 나는 막 할지라도 엄마에게 뜨거운 사랑은 꼭꼭 숨겨두었으면 좋겠고 엄마가 미치는 것은 비극이다. 왜냐하면 내가 미치는 것을 엄마가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건 이기적이고 솔직한 기분이지만 내 그런 기분 때문에 어떨 때는 엄마를 막 안아주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극단적인 결론을 내리자면 나는 내 소설을 좋아하거나 거기 등장하게 된 사람을 사랑할 수가 없었다. 그건 엄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안해요, 엄마. 그리고 다른 사람들. 소설의 마지막에는 마침내 착하게 되는 마음의 떨림이 있었다. 지나가버린 어린 날에 대한 향수로 기억되고 타인에 대한 미세한 동요의 감정, 자기 손바닥 안쪽을 보여주는 짧은 장면.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발췌해 실을만한 장면이다. 난 어쩜 그런 걸 질투하는지도 모른다. 낯선 사람들의 거리를 빠져나오면서 그 일상의 신경질적인 감동들을 내가 갖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이 좀 아팠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난 절대로 내색하지 않을거야. 다른 사람의 일기는 읽고 나서 끝까지 시침을 떼는 것이다.(전경린지음/문학동네 펴냄) 배수아(소설가)